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자충수'…각종 사고부터 불화설까지
"좋은 콘텐츠 제작보다 빠른 길만 찾다가 곳곳에 악재"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극본·배우·제작비 기근이라는 '삼중고'에 빠진 지상파 드라마들이 단기 시청률을 높이려 취한 전략들이 자충수가 돼 돌아왔다.
최근 tvN·JTBC를 위시한 비지상파에 밀린 지상파들은 주말극에서 활동해온 스타 작가를 평일 미니시리즈로 데려오거나 작품을 무리하게 연장하고, 톱배우에 의존하는 식으로 자구책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이런 단기 처방은 작품 초반부터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대표적인 예가 SBS TV 수목극 '황후의 품격'이다.
이 드라마는 '아내의 유혹'(2008~2009), '왔다, 장보리!'(2014), '내 딸, 금사월'(2015~2016), '언니는 살아있다'(2017) 등 연이어 히트작을 써낸 김순옥 작가와 드라마 '리턴'의 주동민 PD가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시작부터 살인, 협박, 납치 등이 포함된 자극적 전개와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장면들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견인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방대한 스케일에 비교해 제작 기간은 짧았고, 지상파 드라마의 고질병인 '생방송 촬영'이 이어지면서 초반부터 사고가 잦았다.
스태프가 29시간 30분 연속 촬영을 한 적도 있다며 SBS를 고발하는가 하면 주연 배우인 최진혁과 신성록이 액션 장면을 찍다가 연이어 다쳤다. 또 초반부터 이어진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법정 제재를 받았다.
그런데도 시청률이 15%대를 유지하며 '효자노릇'을 하자 SBS는 최근 연장을 결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남주인공인 최진혁이 연장 분량에 합류하지 못한다는 의사를 밝혀 주인공 없이 막을 내리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과 최진혁 측의 불화설까지 불거져 나왔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잡음에 시달린 셈이다.
그래도 주말극 작가의 평일극 진출로 시청률을 챙긴 사례가 나오자 KBS 2TV도 따라 하기에 나섰다. '소문난 칠공주'(2006), '조강지처 클럽'(2007~2008), '수상한 삼형제'(2009~2010), '왕가네 식구들'(2013~2014), '우리 갑순이'(2016~2017)의 문영남 작가를 수목극으로 불러들였다.
장남 풍상(유준상 분)과 철없는 동생 넷의 이야기를 담은 문 작가의 신작 '왜그래 풍상씨'는 캐스팅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KBS 주말극에 딱 어울릴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KBS의 기대처럼 이 작품은 주부 시청자들을 끌어오는 데 성공해 시청률 15% 돌파를 목전에 뒀다. 하지만 속을 쥐어뜯는 듯 배배 꼬인 스토리는 '황후의 품격'과는 또 다른 의미로 피로감을 주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을 낳고 있다.
KBS 2TV 월화극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대놓고 사고가 난 경우다.
박신양과 고현정, 두 톱배우의 더블 캐스팅에다 지난 시즌의 성공까지, 흥행이 보장된 듯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1과는 전혀 다른 플롯, 극의 분위기와 트렌드에 뒤처진 연출이 발목을 잡았다.
줄곧 불화설이 나돌던 이 작품은 결국 박신양의 부상으로 2주간 결방하기에 이르렀다. 제작진은 결방 기간 재충전을 통해 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 애썼지만, 이후에도 조달환·이미도 등 조연들의 중도 하차를 놓고 제작진과 배우 소속사 간 이견이 노출됐고, 작가 교체설도 돌면서 분위기는 한층 더 어수선해졌다.
이밖에 갈등이 노출되진 않더라도 최근 지상파 드라마는 내부 관계자들조차 "이렇게 심각한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심지어 '대세' 주지훈이 나선 MBC TV '아이템'조차 시청률이 5% 이하로 주저앉았다. 스타 캐스팅과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등 볼거리는 있지만 정작 잘 꿰어지지 못한 스토리가 발목을 잡았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19일 "제작비가 점점 늘어나는 시장 속에서 지상파의 제작비는 점점 줄고 있고, 그래도 성과는 내야 하니 자꾸 콘텐츠를 잘 만들려고 하기보다 빠른 길로만 가려고 한다"며 "그렇다 보니 자극적인 연출과 일관된 스토리 없이 톱배우 캐스팅에 의존하려는 꼼수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드라마는 시청자와 가장 근접한 장르라 속이려야 속일 수가 없다.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콘텐츠로 경쟁하는 게 결국은 첩경이라는 것을 지상파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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