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1주앞]⑨61년전 김일성 행보로 본 김정은 동선

입력 2019-02-19 05:30
수정 2019-02-19 10:22
[북미회담 1주앞]⑨61년전 김일성 행보로 본 김정은 동선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 베트남을 국빈방문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김 위원장의 동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처음 국빈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것이어서 베트남에서 그의 행보가 갖는 정치적·외교적 메시지가 상당한 무게를 지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1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김 위원장이 언제 베트남을 방문할지조차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김 위원장의 현지 행보를 예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그의 조부인 김일성 북한 주석이 61년 전인 1958년 11∼12월과 55년 전인 1964년 11월 베트남을 공식, 비공식 방문한 바 있어 당시 행보를 토대로 다양한 예측이 가능하다.

19일 현지 언론의 기사와 사진 자료 등에 따르면 북한은 1950년 1월 31일 중국, 옛 소련에 이어 세 번째로 베트남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김 주석은 1958년 11월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베트남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했다.

1957년 7월 호찌민 당시 베트남 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형식이었다.

거리로 나온 수많은 시민의 환영을 받으며 대표단을 이끌고 하노이에 입성한 김 주석은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인 호 주석과 회담하며 공산권 내에서의 존재감을 키웠다.



당시 김 주석은 하노이 남동쪽 남딘성의 한 방직공장을 찾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 때문에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할아버지인 김 주석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해온 김정은 위원장은 호 주석의 묘와 생전 거소, 주석궁을 꼭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 생산 기지를 둘러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최근 동선을 점검한 박닌성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과 항구도시이자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하이퐁시 시찰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일성 주석은 1964년 11월에도 베트남을 찾았다. 이때는 베트남전쟁이 한창이어서 비공식 방문으로 진행됐고, 양국은 전투 경험을 공유했다고 기록돼 있다.

비록 전쟁 중이지만 김 주석은 국빈 방문에 준하는 예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호 주석과 함께 하노이 서호에 있는 꽝바 휴양지를 방문한 데 이어 당시에도 인기가 있는 관광지인 하노이 동쪽 꽝닌성의 하롱베이를 방문했음을 보여주는 사진 자료가 남아 있다.



55년전 김 주석이 다녀갔고, 김창선 부장이 최근 '사전답사'를 마친 하롱베이는 김 위원장의 유력한 방문 코스로 꼽힌다.

김 주석이 다녀갔다는 기록을 찾기는 어렵지만,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김 부장이 1911년 세워진 하노이 오페라하우스를 전격 방문한 것을 고려하면 이곳도 김 위원장의 동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김 부장이 의전팀을 이끌고 하노이에 도착하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한 뒤 국내선으로 광저우(廣州)로 이동, 하룻밤을 묵은 것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당일 베이징발 하노이행 직항 항공기가 없어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하노이로 가려고 광저우를 다시 경유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경제행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의 동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광저우는 중국 개방의 실험장으로 불리는 곳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6년 1월 이틀간 머물며 각종 산업시설을 찾은 바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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