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이창호와 함께 상하이 입성…"실력발휘하겠다"
농심배 3차전에 홀로 한국 대표…상하이 대첩 도전
(상하이=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박정환(26) 9단이 '결전의 땅' 상하이에 입성했다.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박정환은 약 2시간 후 중국 상하이 푸동국제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버스를 타고 상하이 시내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박정환은 18일부터 상하이에서 열리는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하 농심배) 본선 3차전에 출전한다.
박정환은 틈새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바둑을 연구했다.
호텔 수속을 마치니 기다리고 있던 중국 여성 팬이 박정환에게 다가와 정성껏 준비한 선물 꾸러미를 전달했다. 박정환의 사진을 모아 만든 올해 달력 등이다.
박정환은 수줍어하면서도 흔쾌히 기념사진 촬영에도 임했다.
박정환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고 이 대회에 임하고 있지만,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박정환은 "잘 준비해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입성 소감을 밝혔다.
또 "많이 응원해주시니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팬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농심배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에서 5명씩의 프로기사가 출전, 연승전 방식으로 우승국을 가리는 바둑 국가대항전이다.
박정환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3차전까지 살아남았다.
앞서 1·2차전에서 신민준 9단, 안국현 9단, 최철한 9단, 이세돌 9단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박정환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대회 2차전 마지막 대국에서 중국 판팅위 9단을 꺾고 한국에 첫 승을 안겼다. 이 승리로 박정환은 판팅위의 8연승도 저지했다.
한국이 우승하려면 박정환은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을 시작으로 중국의 커제·스웨·구쯔하오·당이페이 9단을 모두 꺾어야 한다.
이른바 '상하이 대첩'에 도전하는 것이다.
상하이 대첩은 2004∼2005년 농심배에서 이창호(44) 9단이 3차전에 홀로 나가 5명을 내리 꺾고 극적으로 한국에 우승컵을 안긴 일을 말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소재로도 등장한 유명한 일화다.
박정환은 '전설의 주인공' 이창호 현 한국기원 이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상하이 대첩 재현에 도전한다.
이창호도 박정환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에 도착했다.
스무번 째 대회를 맞이한 농심배 주최 측에서 이 대회 최고의 영웅인 이창호를 특별히 초청했기 때문이다.
이창호는 "내가 농심배에 혼자 남았을 때, 지금 박정환의 나이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박정환 사범도 지금 5명이나 이겨야 하는 상황인데 힘을 내주기를 바란다. 저도 응원하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창호는 "박정환 사범은 이미 2차전에서 판팅위를 잡아주며 한국의 영봉패를 막아줬다. 일단 부담을 줄인 상황일 것 같다"며 "더 분발해준다면 팬들도 더 기뻐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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