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광주전남 '여성 최초' 3관왕 임선숙 광주지방변호사회장

입력 2019-02-17 15:13
수정 2019-02-17 20:58
[사람들] 광주전남 '여성 최초' 3관왕 임선숙 광주지방변호사회장

"사회 속 시시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변호사 되고 싶어"

전남대 출신 첫 여성 사시합격·첫 여성 민변 지부장·첫 여성 지방변호사회장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어릴 때부터 부당한 차별이나 소외에 대해 반항하는 면이 있었어요."

임선숙(52·연수원 28기) 신임 광주지방변호사회장은 광주전남에서 '여성 최초' 타이틀을 3개나 보유하고 있다.

전남대 출신 첫 여성 사시 합격자인 그는 첫 여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지부장에 이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방변호사회장에 이름을 올렸다.

전남 완도의 작은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임 회장은 겉보기엔 털털한 성격이었지만 차별에 대해 자신에게 수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여학생들에게 단발머리만 하도록 하고 더 길거나 짧은 머리는 허용하지 않았다.

임 회장의 문제 제기에 교사들은 '학생은 단발이 예쁘다'는 옹색한 답만 내놓았고 그는 친구들과 교실 문을 걸어 잠그고 시위 아닌 시위를 하며 결국 두발 자유화를 얻어냈다.

당찬 섬 소녀의 '반항'은 어른이 돼서도 이어졌다.

법대 내 여학생 비율이 10%가 채 안 되던 1980년대 중반 전남대 사법학과에 수석 입학했지만, 수업보단 시위 현장에 더 충실했다.

임 회장은 17일 "매년 5월이 되면 나를 비롯한 수많은 학생이 최루탄 냄새 속에 5·18 진상규명을 외치며 시위 현장을 지켰다"며 "5·18에 부채 의식을 가진 세대였다"고 되돌아봤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 성폭력방지 특별법 제정, 성매매 방지 특별법 제정 활동을 할 때 동료 변호사들과 힘을 보태고 성폭력 및 아동 피해 사건들을 맡았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사무국장, 광주 여성민우회 대표, 5·18 기념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인화학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근로정신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임 회장은 "사회에서 '시시한 사람들,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의 사건을 많이 맡았다. 일하며 나 역시 시시한 변호사이고, 시시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이들과 함께하는 변호사로서 오래 가자고 생각하고 활동해왔다"며 말했다

그는 "지금은 대형 사건도 많이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변호사가 되겠다는 초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 당사자에게 감사를 받는 사건을 했을 때 변호사로서 만족감과 자존감이 가장 크다"며 미소를 지었다.



폭넓은 대외활동과 소송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호사로서의 신뢰와 평판도 쌓았지만, 새내기 변호사로서, 여성으로서 힘든 점도 있었다.

그는 "여성 법조인도 거의 없고 여성 전문가는 깐깐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며 "'여자는 저래서 안 돼'라는 이미지를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보이지 않는 긴장 속에 살았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2년간의 임기 동안 청년 변호사 문제와 소외계층 법률 지원 활동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 회장은 "양극화로 청년 변호사들이 자리 잡기까지 힘든 부분이 있다. 변호사회 차원에서 변론 경험을 쌓을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려 한다. 소액사건 변론이나 중소기업 고문 변호사, 각종 법률 상담 기회를 만들고 고용이나 일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실태를 파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외계층 법률 지원도 늘릴 방침이다. 일례로 국내에 이주민이 많은데 귀화해서 자녀를 낳고 학교에 보냈는데 부모 이름이나 성이 일반적인 한국 사람과 달라 정체성 혼란을 느낀다며 우리나라식으로 개명을 원하는 부모들이 많다. 5월 이전에 지원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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