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제구청장…관악, 서울대 품은 벤처밸리로 바꾼다"

입력 2019-02-18 06:00
"나는 경제구청장…관악, 서울대 품은 벤처밸리로 바꾼다"

박준희 관악구청장 인터뷰…"침체한 고시촌, 창업촌으로"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방현덕 기자 = 박준희(56) 관악구청장은 198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평민당 후보의 관악갑 지역조직에서 일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1981년 전남 완도에서 상경해 저렴한 자취방을 찾아 관악에 자리 잡았고, 이후 관악구 의원 8년, 서울시 의원 8년을 지낸 뒤 지난해 구청장에 당선됐다.

박 구청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 인생 전부를 차지하는 관악을 위해 반드시 지역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자신을 '경제구청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오후 2시 관악구청 구청장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랜 기간 관악구에서 정치를 했는데, 구청장이 되면 꼭 해야겠다 마음먹은 게 있을 것 같다.

▲ 경제를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서울 25명 구청장 중 경제구청장을 표방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 관악은 강남과 구로 사이에 낀 베드타운이다. 굵직한 기업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업체 84%가 소상공인이다. 마트 하시는 분,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 이렇게 어려운 자영업자가 많은 곳이다. 시 의원 때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달라'는 것이었다. 취임 후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30개 사업을 발굴했다. 대표적인 게 구청직원들이 지역 금융에 1인 1계좌를 만들고, 대신 지역 금융이 소상공인에게 저리로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지역 자금이 선순환하는 구조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공급가도 낮췄다. 세외수입은 줄지만, 동네 슈퍼들의 판매 이윤은 그만큼 늘어난다.

-- 지난 선거에서 '낙성 벤처밸리'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미 강남구 등이 벤처 허브로 이미 자리 잡았는데 관악이 경쟁력이 있을까.

▲ 관악의 가능성은 서울대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봐도 실리콘밸리가 스탠퍼드대 옆에 생겼고, 베이징의 최대 창업촌인 중관촌은 칭화대와 함께 있다. 그런데 관악구에 벤처기업이 몇 개 있는지 아는가. 106개다. 강남 테헤란 밸리나 구로 G밸리에는 벤처가 1천개가 넘는다. 그래서 서울대 담장을 허물고 서울대 후문 낙성대 일대에 벤처밸리를 조성하려 한다. 우선 12월에 낙성대역 인근에 법률·회계사무소·액셀러레이터 등 지원시설이 입주하는 앵커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와 함께 창업보육공간을 조성해 창업 클러스터(집적지)를 만드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오늘도 인터뷰가 끝나면 신임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만나 논의한다.

-- 서울대는 늘 관악에 있었는데, 그간은 왜 이런 시도가 없었나.

▲ 구청장 마인드가 중요하다. 구청장이 관심 가진 분야에 행정력이 쏠리게 돼 있다. 전임 구청장님은 도서관, 인문학, 평생학습도시 이런 것에 많이 투자했다. 선진사회를 보면 지역 경제를 선도하고 혁신하는 것은 대학과 함께 하는 것이다. 또 서울대생이 졸업하면 떠나는 게 아니라 남아서 함께 하는 공동체가 돼야 비전이 있다. 옛날엔 고시촌이 있어서 남았지만 이젠 벤처밸리, 창업 밸리를 만들어 인재를 잡아야 한다. 고시촌에 창업 특화 거리를 조성한다든가 청년문화지원센터를 만드는 작업을 정부 등과 논의 중이다. 올해가 지나고 나면 성과가 보일 것이다.



-- 관악구의 숙원 사업 중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 관악구 교통이 정말 열악하다. 집에서 시의회에 가려면 버스 타고 동작구 노량진까지 가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한다. 8년간 시 의원을 하며 가장 집중한 쪽이 교통이다. 이동시간이 적고 편리한 교통 속에서 살기 좋은 공동체가 나온다. 가장 비중을 둔 건 경전철인데 일단 신림선이 2022년 개통한다. 서부선도 장승배기에서 끝나는 것을 서울대 정문까지 끌어와서 신림선과 연결짓자고 해 서울시로부터 긍정적 답을 받았다. 난곡선도 재정사업으로 바뀌어 2022년 안에는 착공하니 관악 교통이 확실히 달라진다. 신봉 터널도 2023년 개통되면 교통적체가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

-- 대규모 '강감찬 축제'도 계획한다고.

▲ 올해가 귀주대첩 1천 주년이다. 어젯밤에 서울 시내 구청장들이 이낙연 국무총리 공관에 모여 만찬을 했는데 제가 '강감찬 브랜드화'를 얘기했다. 고려 명장 강감찬 장군이 관악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귀주대첩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음에도 재조명돼야 할 부분이 많다. 서울시 대표 축제로 강감찬 축제를 키우고싶다. 특히 귀주대첩이 있었던 평안북도 구성시와 관련 유물, 유적을 교류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에 이 총리께 부탁을 드리니 좋은 제안이라고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 일주일에 두 번씩 구청 1층에서 구민 민원을 직접 받고 있다. 너무 힘들어서 탈이 나기도 했다고.

▲ 소문나면 안되는데…제가 건강에 자신 있었는데 민원을 받는 게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계속할 것이다. 관악구민이 50만명인데 이렇게 해서라도 직접 만나야 한다. 한 번은 60대 중후반 어르신이 오셔서 자신이 신부전증 환자인데 '병원비가 없다', '구청장이 살려달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긴급 보호 등을 검토해보고 후원을 연계할 수 있도록 해 수술받으실 수 있었다. 가볍게 차 한잔하러 와서 구청장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고…이런 것이 보람 아닌가 생각한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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