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세입자] 당장 이사 가야 하는데…'임대차분쟁조정' 활용할 만

입력 2019-02-17 10:01
수정 2019-02-17 10:39
[불안한 세입자] 당장 이사 가야 하는데…'임대차분쟁조정' 활용할 만

보증금 반환 기일 명시, 지연손해금 지불 약속…불이행시 '집행력' 부여

보증금 못받고 이사갈 때 대항력 유의…임차권 등기명령 등 신청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현재 전국적으로 역전세난이 심한 곳은 지방이다. 지역 산업이 무너져 집값이 급락한 경남·울산, 주택공급이 포화 상태인 충남·충북 등지가 가장 심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도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세입자가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

아직 지방처럼 심각한 수준으로 볼 수는 없고, 입주량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당장 보증금을 받고 이사를 가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배짱 집주인들 때문에 이만저만 난처한 게 아니다.

특히 최근 1주택 이상 보유한 집주인에 대한 담보대출이 꽉 막힌데다 규제지역 내에서는 세입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도 쉽지 않아 전세가 빠지지 않는 경우 고스란히 세입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세입자들은 민사소송으로 가기 전 지자체나 가까운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도움을 받아볼 만하다.

소송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임대차분쟁조정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조정 기간도 약 1∼2개월 정도면 충분하다.



우선 세입자(조정 신청인)가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면 위원회는 집주인(피신청인)에게 조정신청서를 송달한다. 이어 집주인이 조정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해오면 조정절차가 개시된다.

조정이 개시되면 위원회는 세입자와 집주인의 입장을 들어 합의안을 이끌어내고 필요시 세입자와 집주인, 분쟁 관련 이해관계인 또는 참고인 출석을 통한 진술을 받는다.

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면 위원회는 조정안을 확정해 양측에 통보하고, 당사자들이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이때 합의 내용은 전세보증금 반환 기간을 명시하고, 그전까지 세입자에게 지연손해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증금 반환 전까지 연 5∼10%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성립된 조정은 민사상 합의로서의 효력이 있으며,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하면 집행력이 있는 집행권원과 같은 효력이 인정된다. 민사상의 소송으로 가지 않더라도 위원회 합의로 재판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입자는 조정안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일정 시한까지 돌려주지 않을 경우 해당 집을 경매에 넘기는 등 강제집행을 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게 안전하다.



조정비용은 보증금이 1억원 미만이면 1만원, 5억원 미만이면 3만원 정도다.

다만 현행 제도상 집주인이 조정에 불응할 경우 조정절차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집주인을 설득해 놓는 게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는 임대인이 불응해도 조정이 성립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개인 사정상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야 할 때는 대항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른 새 집에 임차를 할 경우 새로운 집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과거 집의 대항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새로운 집의 권리관계에서 후순위로 밀려버린다.

임차인의 대항력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항력이 사라지면 임대차계약 조건이 유지되지 않아 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최재석 상임조정위원은 "기존 임차주택에 대한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이 여러 명일 경우 가족 1명의 주소지는 기존 살던 곳에 남겨놓고 새로 이사 가는 집에 나머지 가족의 주소를 옮겨 진입신고를 하도록 하고 가구와 같은 일부 짐도 기존 전셋집에 남겨둔 채 점유·유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독 세대인 경우는 이 방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기존 집에 대해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고, 등기부등본에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 그때 새로운 집에 진입신고를 하더라도 기존 집의 대항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비용도 3만∼4만원대로 저렴하다.

다만 이때 묵시적 계약갱신이 되지 않도록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최소 한 달 전에 퇴거 의사를 밝혀야 한다.

최근엔 역전세난 등에 대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이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지급하는 전세금보증반환 보증보험 상품 가입자도 늘고 있다.

최재석 상임조정위원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쌍방 합의가 우선이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임차인이 적극적으로 나서 분쟁조정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며 "오는 4월17일부터는 주택에 이어 상가의 임대차 및 권리금 분쟁에 대해서도 다루기 때문에 상인들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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