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자동차산업 흥망 기로…노사정 의견 하나로 모아야"
'미래차 보고서' 통해 車노사정 참가 속내…위기대응 전략도 제시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국내 자동차산업은 다시 한번 흥망성쇠의 기로에 들어섰다. 시급한 것은 노사정이 하나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는 최근 발간한 '미래형 자동차 발전동향과 노조의 대응'이라는 272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자동차 산업이 100여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속노조가 사측이 갖고 있는 위기의식을 일정부분 공유하며 지난달 24일 사상 첫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에 참가한 속내를 밝힌 셈이다. 노사정 포럼에는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만 참여했으나 이번 책자 발간에는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와 기아차 지부도 각각 동참했다.
18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산업 노조 차원에서 절박한 위기의식을 토로한 점이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한 세기만에 자동차산업에 몰아닥친 대변화로 자율주행차의 등장과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의 대두를 꼽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변화는 전장화로 대표되는 ICT기술의 급격한 보급과 공유경제의 도입으로 카쉐어링이 확산되는데 따른 자동차 판매의 변화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글로벌 자동차산업 불황 여파로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이 400만대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며 구미 선진국처럼 미래차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금속노조는 미래차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한 국내 자동차산업의 실태와 관련, "기존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의미를 잃어가고 있고, 선도자(First Mover) 전략으로 나가기엔 자동차 산업 내부에 축적된 기술과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이 자율주행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이미 상당한 차이가 나고, 친환경차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3가지 위기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개방혼(Open Marriage) 전략으로 국내외 다양한 업종의 기업과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해외 수많은 기업들이 공조와 협력을 통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자율주행(삼성), 전기차(LG), 커넥티드카(SK), 인포테인먼트(네이버) 등 미래형 자동차의 최상위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 협력을 통해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생산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적 생산방식을 시도해야 하고, 대규모 퇴직이 예상되는 베이비붐 세대에 내재된 숙련과 경험을 차세대에게 전달할 교육훈련체계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노사가 협력해 새로운 생산방식과 작업조직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이와 함께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풍부한 한국의 ICT 인적자원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언했다.
한국이 초고속통신망과 무선통신망 등 정보의 바닷속에서 자라온 밀레니얼 세대(1990년대∼2000년대 후반 태생) 밀집도가 가장 높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밀레니얼 세대를 최대한 이용해 자동차 관련 빅데이터를 모두 모아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오픈소스 체계(디지털 트윈·Digital Twin)로 구축해 생산혁신과 신제품개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잘 써먹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역설했다.
보고서는 "이들 세 가지 대안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우리만의 특기를 활용하는 전략"이라며 "노사는 물론 국가의 산업정책까지 포함해 수립돼야 하며, 완성차는 물론 최하부의 부품사까지 모두 포함하는 전략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아울러 전기차 대두에 따른 일선 조합원들의 고용불안과 부품 모듈화 조립에 따른 실제 인력감축 사례 등을 상세히 조사한 내용도 담겼다.
특히 기술 발전과 미래차 생산이 ▲ 조합원 상당수의 정년퇴직 ▲ 그룹의 후계승계 ▲ 글로벌 경쟁 심화와 맞물려 노사관계에도 많은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면서 현대·기아차 교섭과정과 결과를 대의원을 넘어 외부로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 작업장 교섭력을 높여야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금속노조가 노사정 등에서 적극적으로 산별노조로서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사회적 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독일 금속노조를 모범적 사례로 제시하면서 "산별노조로서 정부나 기업에 기득권 보호나 '공정한 전환'을 요구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학습을 통한 산업정책과 실행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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