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장·여야 방미단, 北 비핵화 의구심 제거 주력…낙관론 설파

입력 2019-02-16 11:01
문의장·여야 방미단, 北 비핵화 의구심 제거 주력…낙관론 설파

5박8일 일정 마무리…"美조야, 北비핵화 비관→희망적으로 많이 바뀌어"

한국당, 방미기간 '독자 행보'도…'일왕 사죄' 놓고 문의장-日 신경전도 부각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단의 미국 방문 일정이 15일(현지시간)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문 의장 등 대표단은 워싱턴DC, 뉴욕을 거쳐 5박 8일 일정의 마지막 방문지인 로스앤젤레스(LA)에 전날 도착했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의 방미였던 까닭에 국회 대표단의 행보 하나하나가 주목받았다.

대표단은 방미 기간 초당적 의원외교로 미국 조야 일각에서 제기된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걷어내고 낙관론을 펴는 데 주력했고,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끈끈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국내 보수진영 목소리를 알리는 데 주력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방법론에서 통일된 의견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문 의장의 '일왕의 위안부 사죄 요구' 발언에 따른 일본과의 신경전이 부각되면서 관심이 대미 외교에 오롯이 집중되는 분위기가 저해됐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보인 국내 현안에서 여야 지도부가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 美조야에 北비핵화 회의론 불식 주력…"희망적으로 바뀌어"

대표단은 워싱턴DC에서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 등 미 의회 주요 인사들과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내는 데 주력했다.

특히 이번 방문의 백미로 꼽히는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이 비핵화 회의론을 걷어내는데 계기가 됐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펠로시 의장은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과거 북한 고난의 행군 직후 방북 경험을 얘기하며 '북한을 믿지 못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비무장화"라는 말까지 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성공과 한반도 평화 정착 염원, 북한의 변화 등을 매개로 한 대표단의 설득 작업이 있었고, 치열한 토론으로 면담은 애초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넘게 이어졌다.

국회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펠로시 의장이 결국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낙관적(optimistic)이지는 않지만 희망적(hopeful)이고, 내가 틀리고 당신들이 맞기를 바란다'고 했다"며 "'희망적'이라는 단어가 이번 방미단의 성과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문 의장도 이후 뉴욕에서의 한 연설에서 "미 조야가 (북한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했던 것에서 희망적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한미 안보동맹을 재확인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대표단은 지난 11일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을 첫 공식 일정으로 잡았고, 문 의장도 미 의회 관계자와 면담이나 연설 때마다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와 안보의 최고 중심가치"라고 강조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대표단을 만나 "한미 양국 소통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향후 100년 이상 한미관계를 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법안을 작년에 제가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표단은 문 의장과 여야 5당 지도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들이 이례적으로 함께 방미했다는 점이 현지 교민들에게 힘이 됐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교민 초청 간담회를 통해 현지 현안을 들으며 교민과의 소통에도 주력했다.

국회는 또 올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임시의정원의 관인(官印)을 기증받기로 했다.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낸 홍진(1877∼1946) 선생의 손자며느리 홍창휴 씨는 뉴욕에서 문 의장을 만나 자신이 보관 중인 관인을 국회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북미회담 성공 방법론에 견해차…'일왕 사죄' 문의장-일본 신경전 부각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진 이번 방문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초당적 의원외교'를 전면에 내걸었지만, 미국 의회에 온전히 통일된 의견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 간 시각차가 그것으로, 이는 펠로시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문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주한미군 철수·한미군사훈련 감축·비핵화 전 대북 제재완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한국당은 방미 기간 국회 대표단의 주요 일정을 함께 하면서도 별도 일정을 만들어 미국 각계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국내 보수진영의 우려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도 시간을 할애했다.

한국당 방미단은 13일까지만 국회 대표단과 일정을 함께하고 이후 뉴욕, LA 일정에는 불참한 채 워싱턴DC에 남아 일정을 이어갔다.

한국당의 독자 행보를 놓고 북한 문제에 대해 국내의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회 방미단의 의미와 노력을 퇴색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가 보통 의원외교 대표단을 꾸려 해외 출장을 갈 때 주요 현안에서 접점을 찾아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한국당의 목소리는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또 한국당이 다른 일정을 소화하느라 11일 문 의장이 워싱턴DC 현지에서 주재한 여야 5당 지도부 오찬에 불참, 당초 기대한 '국회 정상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표단의 방미 기간 한일관계가 주목받으면서 방미 성과에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8일 문 의장이 외신 인터뷰에서 '일왕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발언에 일본 측이 반발한 데 따른 것으로, 양측의 신경전은 방미 기간 내내 이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부가 사죄와 발언 철회를 요구하자, 문 의장은 12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평소 지론이라며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문 의장과 일본 정부의 갈등에 문 의장의 일정이 있는 곳에 일본 언론이 대거 찾아 취재에 나서는 풍경도 연출됐다.

펠로시 의장도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가 걱정된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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