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범죄 '몸살' 이탈리아, 처벌 연령 12세로 하향 검토
극우정당 '동맹', 관련 법안 발의…일각선 "범죄 예방 효과 없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마피아 단원으로 합류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을 비롯해 미성년 범죄가 늘어나며 골치를 앓고 있는 이탈리아가 처벌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일간 일메사제로에 따르면 이탈리아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두 정당 중 하나인 극우성향의 '동맹'은 최근 범죄에 대한 처벌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2살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또한 칼부림, 강간, 마약 밀매 등의 중범죄에 가담했을 경우 미성년자라도 양형을 줄여주는 관행을 폐지한다는 규정도 담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잔루카 칸탈라메사 의원은 "오늘날 12세의 청소년을 더 이상 과거의 12살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요즘 세대는 훨씬 더 성숙하다"는 말로 처벌 연령 하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범죄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미성년자의 흉악범죄가 늘어나는 최근 추세에 발맞춰 형법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이탈리아 청소년위원회가 7천명의 청소년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6.5%는 조직 범죄에 가담하고 있고, 16%는 기물파손 행위 등을 저지른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청소년 10명 중 3명은 패싸움 등에 휘말린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일부 마피아 조직은 14세 미만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점을 악용해 이들을 범죄에 앞장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이탈리아는 형법에 따라 14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이들이 해당 범죄 행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다고 보고 이들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
한편, 처벌 연령을 낮추는 이 같은 법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파스콸레 안드리아 전 이탈리아 소년·가정법관협회 대표는 "범죄 연령을 낮추는 것이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거나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지역 사회와 민간 단체가 주도해 비행 청소년들을 교화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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