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데드라인 임박 속 내주 '막판협상'…휴전 연장되나
中, 반도체 구매 확대 등 추가 제안했지만 '구조개혁' 간극 커
시진핑 "중요한 진전" vs 라이트하이저 "매우 중요한 이슈들 남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중 양국이 14∼15일 베이징에서 2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한 데 이어 곧바로 내주 미국 워싱턴에서 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외교가에서는 당초 이번 2차 협상을 통해 양측이 어느 정도의 추가 의견 접근을 이룬다면 90일의 '휴전'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에 주목했는데, 일단 예상 밖의 추가 고위급 협상이라는 어정쩡한 결과물이 나온 셈이 됐다.
3월 1일로 정해진 무역 전쟁 '휴전' 데드라인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막판까지 고위급 채널을 집중적으로 가동하기로 한 것은 일단 협상 타결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시한이 다 되어 가도록 양측 간에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여전히 크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번 협상 후 양국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반응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감지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예방을 받고 "양측 대표단 간 협상이 중요한 단계적 진전을 이뤄냈다"고 치하했다.
이에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틀간 좋은 협상을 가졌다. 그러나 우리는 매우 매우 중요하고 매우 어려운 이슈와 관련해 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뼈 있는' 답변을 했다.
중국측이 아직 미국이 만족할 만한 방안을 충분히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므누신 재무장관 역시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회담 후 찍은 기념사진과 함께 "생산적 만남을 가졌다"고만 짧게 언급했을 뿐 '진전' 여부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은 미국산 반도체 구매 확대, 신에너지 차량 등 국내 생산 차량에 지급하던 보조금 중단을 미국에 제안하는 등 지난 워싱턴 1차 고위급 회담 때보다 일부 진전된 '양보안'을 추가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이런 제안의 현실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또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모든 보조금 프로그램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해지는데, 사실 중국은 예전에도 미국 등 외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급 비판이 나올 때마다 늘 WTO 규정에 맞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은 차별적 산업 보조금 지급을 포함해 중국 투자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관세·비관세 장벽, 불완전한 시장 개방 등 이른바 '구조개혁' 문제와 관련한 요구에 중국이 아직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중 무역 전쟁의 키를 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중국과 무역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만성적인 무역 적자 대폭 축소 등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전리품을 챙기면서 무역 전쟁을 우선 봉합하고, '구조개혁' 문제는 장기 과제로 돌릴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당초 이달 말로 예상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최종 빅딜' 자리가 무산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3월1일로 예정된 '90일 무역협상' 시한을 다소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했고, 13일에도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중국의 태도가 예전에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내주 워싱턴 3차 무역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진다면 무역협상 시한을 일단 연장하고, 추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만나 최종 타결을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2일로 예고한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 시점을 60일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