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vs 금연' 이분법 벗어나 '단계적 금연' 정책 필요"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금연 세미나…"담뱃세, 흡연자 위해 사용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효과적인 금연 정책을 위해서는 흡연 아니면 금연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단계적인 금연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는 15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에서 '흡연과 건강 커뮤니케이션'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가 확산하면서 국내 금연 캠페인의 한계점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시행된 금연 정책이 획일적으로 흡연에 따른 피해를 부각하고, 금연해야 한다는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흡연자가 담배로 인한 폐해를 직접 말하는 증언형 메시지나, 흡연으로 유발되는 질병에 대한 부각, 흡연으로 인한 가족과 주변 사람에 대한 피해를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기존의 금연 캠페인을 보면 공포나 혐오, 분노, 수치심 발생을 기반으로 한다"며 "이는 비흡연자의 흡연 예방에는 효과가 있지만, 흡연자에게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먼저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구분한 금연 정책이 필요하다"며 "(흡연자에게는) '흡연 아니면 금연'이라는 이분법보다는 단계적 금연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연에 최종 목표를 두고 있지만, 현재 상황과의 격차를 인식해 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해외에서는 담배 성분을 포함한 제품, 담배제품의 대체물 등을 사용해 건강 손상을 최소화하는 정책 등이 추진되고 있다"며 "흡연자의 사망률과 유병률을 낮출 수 있는 금연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담배부담금(담뱃세)으로 조성된 건강증진기금이 목적에 맞지 않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5년 담뱃값이 2천원 오르면서 담배에 붙는 담배부담금도 1갑당 354원에서 841원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담배부담금을 주요 재원으로 조성된 건강증진기금도 2014년 2조2천218억원에서 2015년 3조426억원, 2016년 3조4천248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건강증진기금이 당초 목적과 무관하게 의료IT 융합 산업육성 인프라와 원격의료 제도화 기반 구축사업 등에 사용되면서 빈축을 샀다.
홍 교수는 "기금 목적과 무관하게 의료기기 기술 개발이나 국립중앙의료원 손실 보전 등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며 "흡연자로부터 받은 담뱃세는 흡연자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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