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비판하다 체포됐던 필리핀 언론인, 보석 석방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다가 체포됐던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보석으로 석방됐다.
15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온라인 매체 '래플러' 대표인 레사는 지난 13일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됐다가 다음 날 보석으로 풀려났다.
래플러가 2012년과 2014년 살인, 마약 밀매 등과 관련이 있다고 폭로성 보도를 했던 기업인이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레사 대표를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래플러가 두테르테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을 줄곧 비판해 미운털이 박힌 나머지 레사 대표의 체포가 이뤄졌다는 해석이 많다. 래플러는 필리핀 경찰이 현장에서 마약 용의자를 사살하도록 허용하는, '초법적 처형'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두테르테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필리핀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래플러를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레사가 체포된 후 국내외 언론·인권단체 등은 "불량배 정권의 언론 탄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레사의 명예훼손 혐의 사건과 정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레사는 보석으로 풀려난 후 "두테르테 정부가 법을 무기로 권력을 남용한다"며 "언론의 자유는 모든 국민 권리의 기초"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8 올해의 인물'로 뽑혔으며, 제70회 세계신문협회가 시상한 '황금펜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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