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간담회서 최저임금 '뜨거운 감자'…문대통령 "미안하다"

입력 2019-02-14 17:55
자영업 간담회서 최저임금 '뜨거운 감자'…문대통령 "미안하다"

문대통령, 소상공인 어려움 공감…"결국 인상해야" 소득주도성장 기조 큰틀 유지

자영업자들, 최저임금 동결 요구…고용장관 "자영업자 발언력 강화"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개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초청 간담회에서의 최대 화두는 단연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호소하자, 이를 들은 문 대통령은 "미안하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동결해달라는 자영업자들의 요구에는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며 큰 틀에서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으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자영업자들로부터 내년 최저임금 동결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은 최저임금 동결을 요청하며 "자영업을 지원해 스스로 임금을 올릴 수 있는, 능력 있는 자영업자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근본 이유는 대기업의 시장 과잉진입을 정부가 방치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먼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광 전국 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최저임금 대책 가운데 하나로 시행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4대 보험 부담 때문에 자금신청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시적으로라도 자영업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2대 보험 정도로 축소해달라"고 건의했다.

다른 자영업자들 역시 최저임금 동결 요구나 보완조치 미비에 대한 지적을 잇달아 내놨다.

이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발언력을 강화할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의 답변도 했다고 인 비서관이 전했다.

인 비서관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소상공인 발언이 강하게 반영되게끔 하겠다는 것이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소상공인 위원회가 따로 구성될 것"이라며 "이런 채널에서 노동계·기업계와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해 가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연이은 발언을 차분히 경청했다고 인 비서관은 설명했다.

인 비서관은 "간담회 후 문 대통령의 오찬 일성은 '미안하다'라는 말이었다"며 "최저임금 인상에서 생기는 고통을 빨리 해소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 비서관은 "정부는 어떤 정책이든 자영업자를 위해 만드는데, 오늘 같은 자리에서도 시원스레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한 마음도 담겼다"며 "자영업자들도 '미안하다'는 말에 진정성을 느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도 "최저임금의 인상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최저인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여러 보완조치를 마련했다"며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정책 보완에 한층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이 먼저 인상되고 보완조치들은 국회 입법사항이어서 속도가 맞춰지지 않고 있다"며 관련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hysup@yna.co.kr,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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