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웹사이트 차단기술 고도화' 놓고 공방 지속(종합)
방통위 "관련 법·규정 따른 차단"…고삼석 위원 "검열·감청은 과다한 우려"
시민단체 "감청 여지 있고 검열과 다르지 않아"…청와대 반대청원 17만 돌파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정부가 최근 해외 유해 정보 차단 등을 목적으로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웹사이트 차단 기술, 이른바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 차단'을 도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SNI는 웹사이트 접속 과정에 적용되는 표준 기술의 하나인데,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서버 이름(웹사이트 주소)이 암호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을 노려 차단 기술을 만든 것이다.
SNI 필드 차단이 적용된 웹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면 이전처럼 불법·유해정보 차단안내 홈페이지(warning.or.kr)로 재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암전(black out) 상태로 표시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보도자료에서 "불법정보는 관련 법·규정에서 정한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여야 추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정보로 심의·의결한 내용에 대해 삭제 또는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암호화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 SNI 필드 영역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통신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통신사업자가 스팸차단과 같이 기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것으로 통신내용을 확인하는 감청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11일 차단된 해외 웹사이트 895건 중 776건이 불법 도박, 96건은 불법 음란, 저작권 관련이 11건 등이다. 영국·프랑스·독일·덴마크·네덜란드 등 유럽 32개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 국가도 인터넷 접속차단이 이뤄지고 있다.
고삼석 방통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부나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통신사업자들이 국민들의 통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감청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도한 해석이고 과다한 우려"라고 말했다.
그러나 IT 시민단체 오픈넷은 성명에서 "곧바로 개별 이용자들의 패킷이나 접속기록 내용을 직접 들여다보는 감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의 패킷을 읽고 '송·수신을 방해'하는 형식의 감청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런 접속차단 제도로 인해 이용자들의 통신 정보에 대한 국가기관과 망사업자의 통제권이 더욱 강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자신의 통신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쉽게 통제되거나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SNI 필드는 암호화되진 않지만 본래 보안 접속을 위해 존재하는 영역"이라며 "이런 보안 목적의 영역마저 규제에 이용하고자 관리·통제 권한 아래에 두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번 차단 방식이 특히 우려스러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CBS 라디오에서 "어떤 사람이 네이버를 언제 접속하는지 자체를 정부가 다 일일이 체크해서 확인하고 문제 없으면 보내주고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접속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통신 내용 자체를 정부가 일일이 다 검열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차단 조치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네티즌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17만명을 넘겼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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