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속 3·1 운동] ③ 상하이서 첫 '타전'…은폐 급급하던 日, 허 찔렸다
3월4일 영문 대륙보와 북화첩보 첫 보도…3월9일 민국일보 '혁명운동' 의미부여
세계에 공식적으로 알려지는 계기…민국일보 "韓人은 혈육을 탄환으로…존경할만해"
'동병상련' 중국서 "조선인에 비해 정말 부끄럽다"…전폭 지지로 여론 돌아서
※ 편집자주 = "조선 독립 만세".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한반도 전역을 울렸던 이 함성은 '세계'를 향한 우리 민족의 하나 된 외침이었습니다. 한민족이 앞장서 '행동'함으로써 제국주의에 신음하던 아시아·아프리카 식민지의 각 민족을 자각시켜 함께 전 세계적 독립운동을 끌어가자는 외교적 호소였습니다. 강대국의 이권 다툼이 판치던 당시 국제질서는 1차 세계대전 승전국의 자격을 얻었던 일본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고만장하던 일본이 두려워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국제사회의 여론을 움직이는 외신 보도였습니다. 당시 일본은 3.1운동 초기 보도통제와 '프레임 조작'으로 관련 보도를 막는 데 그야말로 전력투구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이지, 진실을 감출 순 없었습니다.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중국 상하이(上海)로부터 시작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 D.C.에 이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러시아 모스크바, 브라질 상파울루, 싱가포르로 3·1운동 소식은 요원의 들불처럼 번져나갔습니다. 길지 않은 기사도 많았지만 이에 자극받은 각 식민지 국가에서는 앞다퉈 독립선언문이 나오면서 민족적 독립운동이 촉발됐습니다. 비록 한민족이 '자립'(自立)에는 실패했지만, 외신의 창(窓)을 통해 민족 자결과 독립에 대한 세계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 포진한 특파원망을 총동원해 당시 외신 보도들을 발굴해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지금까지 3·1운동을 보도한 외신 일부가 부분적으로 소개된 적은 있지만, 세계 주요국 별로 보도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발굴해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관련기사>
[외신속 3·1 운동] ① 그 날 그 함성…통제·조작의 '프레임' 뚫고 세계로 [http://www.yna.co.kr/view/AKR20190207090000009?input=1195m]
[외신속 3·1 운동] ② 日언론엔 '폭동'뿐…총독부 발표 '앵무새' 전달 [http://www.yna.co.kr/view/AKR20190213157000073?input=1195m]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한반도에서 일제의 지배를 거부한 전 민족적 항쟁인 3·1 운동이 일어나자 일본은 이를 일부 한인들이 주도한 '소요 사태'로 규정하고 축소·은폐에 급급했다.
하지만 1919년 3월 4일 영문일간지 대륙보(大陸報·China Press)와 북화첩보(北華捷報·The North-China Herald)를 필두로 중국 매체들이 한인들의 독립운동 소식을 타전하기 시작했다. 이는 3·1 운동 소식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중국 내에서 3·1 운동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자국의 독자적 독립운동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됐다.
3·1운동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온 일본으로서는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을 통해 중화민국을 수립했지만 이후 위안스카이(袁世凱)의 독재가 이어졌고, 위안스카이 사후 군벌들이 들고일어나고 일제 등 외세의 침략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었다.
1919년은 제1차 세계대전 전후처리를 위해 1월 열린 파리평화회의에서 민족자결주의가 주창되면서 약소국 독립에 대한 기대가 커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3월 4일 자 대륙보의 기사원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북화첩보는 3일 일본 오사카에서 타전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의 시위' 제하 기사를 통해 "토요일(1일) 오후 서울에서 수천 명의 한인이 시위했다"고 전했다.
이후 일본의 중국 침략에 비판적이었던 중국 국민당 기관지 민국일보(民國日報)는 9일 자 신문에서 북화첩보와 동일한 내용을 전하면서도 제목을 '조선의 혁명운동'으로 뽑아 의미를 부여했다.
민국일보는 이후에도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3월 30일 '존경할만하고 가엾은 조선인' 제하 기사에서는 3·1 운동 이후 한인 상점이 영업하지 않아 일본 상인들이 피해를 당하자 일제가 장사를 재개하도록 했지만, 한인 상인들이 "(투옥된) 한 명이라도 풀려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영업할 수 없다"면서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금된 사람들이 단식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충청도 한인 결사단은 폭탄 하나를 일본의 한 병영 안으로 던져 건물들을 폭파한 후 침입하여 일본 군과 싸웠다"고 소개했다.
'존경할만하고 탄복할만한 조선인'이라는 또 다른 기사에서는 "살기 넘치는 일본 경찰이 총·칼을 들고 마구 때려죽였다"면서 "앞 사람이 넘어지면 뒷사람이 뒤를 이어 앞으로 나아간다. (한인들이) 진정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기술했다.
또 4월 4일 자 '조선 복국(復國)의 한 줄기 서광' 제하 기사에서는 "한인독립운동은 손에 어떠한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고 혈육을 탄환으로 한다"면서 "이 일은 세계로 퍼졌고 인류의 동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이징(北京)대학교 출판부가 펴낸 월간지 신조(新潮)는 '조선독립운동에 대한 소감'에서 3·1 운동에 대해 "전례 없이 용맹했다"면서 "조선인이 자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훗날 또 하나의 자유국가가 생길 것"이라고 응원했다.
또 일제를 향해서는 "조선 독립을 용납하지 않는 것은 목숨을 버리는 것과 같고 (민족 해방이라는) 시대 상황과 대립하면 결국 실패할 것이다"면서 "조선 독립은 조만간 실현될 것이며, 일본의 허가 여부는 문제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 인민출판사가 발간한 주간지 매주평론(每週評論)은 3월 23일 자 '조선 독립운동 감상' 제하 글을 통해 "무력이 아닌 민의를 이용해 세계 혁명사에 신기원을 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신해혁명으로 공화국이 성립된 지 이미 8년이 지났는데 일반 국민은 (군벌과 외세에 대항해) 하루도 명확히 의식 있는 운동을 하지 못했다"면서 "조선인들과 비교해 정말 부끄럽다"고 전했다.
중국의 일본전문 연구지 흑조(黑潮)는 3.1운동 장면을 찍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조선은 망했고, 독립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망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경계해야겠는가"라고 적기도 했다.
3·1 운동에 대해 동정적 시선을 보내던 중국은 제1차 세계대전 전후처리가 산둥반도에서 일본의 이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귀결되자, 그해 5월 4일 일제에 대항하는 5·4운동을 전개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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