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자리 가뜩이나 안 좋은데…'로봇 자동화 바람'까지 불어
최근 수년간 자동화로 제조업체 일자리 30∼40% 줄어
"로봇으로 대체된 노동자들,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무역전쟁 영향 등으로 가뜩이나 사정이 좋지 않은 중국 노동시장에 '자동화'라는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을 고도화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려는 기업의 동기가 맞물려 광둥(廣東), 장쑤(江蘇), 저장(浙江) 등 중국의 산업 중심지에는 최근 수년간 자동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애플 아이폰 생산의 절반가량을 맡는 전자업체 폭스콘(훙하이<鴻海>정밀공업)은 2020년까지 모든 생산공정의 30%를 완전히 자동화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산업용 로봇 생산국가로 떠올랐으며, 2020년까지 중국 생산현장에 배치될 산업용 로봇은 8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공장 자동화는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노동시장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이 고용하는 인력은 약 1억 명에 달한다.
중국개발연구재단이 중국 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자동화를 통해 인력의 30∼40%를 감축했다.
폭스콘 한 기업만 놓고 보더라도 2012년부터 본격적인 자동화를 추진해 수만 대의 로봇을 도입한 이 회사에서 해고된 노동자만 40만 명이 넘는다.
중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 중 하나인 광둥성 둥관(東莞)에는 지난 5년간 9만1천 대의 로봇이 도입됐으며, 이로 인해 해고된 노동자 수는 28만 명에 달한다.
항저우(杭州)의 한 주방 가전 제조업체는 자동화를 통해 2014년 330명이던 인력을 2017년 193명으로 줄였으며, '농민공'이 대부분인 이들 해고 노동자는 어쩔 수 없이 고향인 농촌으로 돌아가야 했다.
설사 해고되지 않고 같은 공장 내 다른 부문으로 재배치된다고 하더라도 로봇의 도입으로 '몸값'이 떨어진 노동자들은 더 낮은 임금을 감수해야만 한다.
둥관의 한 주형 제조업체에서 일했던 리밍은 "이전에는 한 달에 5천 위안(약 83만원)을 벌었으나, 로봇 도입 후 재배치된 생산라인에서는 3천 위안(약 50만원)밖에 받지 못해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동화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이공대학의 제니 찬 교수는 "로봇과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스마트하게 변하는 생산현장에서 전문 기술을 갖춘 숙련공은 더 높은 소득과 지위를 누리겠지만, 그렇지 못한 저숙련 공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장 자동화로 쫓겨난 노동자들은 음식 배달, 택배, 공유 차량 운전 등의 서비스업 부문에서 일자리를 얻지만, 이들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질 낮은 일자리이다.
자동화가 제조업 부문에 그치지 않고 금융업 등의 고용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보스턴 컨설팅그룹은 중국에서 은행, 보험, 증권 부문의 자동화로 인해 2027년까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를 하는 금융업 종사자 228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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