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만세열전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내 인생, 방치하지 않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 만세열전 = 조한성 지음.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한국현대사 연구자인 저자는 3·1운동이 단순한 선언으로 이뤄진 엘리트 운동이 아니라 국내외, 종교·학생 등 다양한 지역, 다양한 그룹에 의해 조직적으로 전개된 대규모 민족운동이었다고 말한다. 조선의 남녀노소 민초들이 100년 전에 이뤄낸 촛불혁명이 바로 3·1운동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3·1운동 관련서가 대개 이 운동 자체의 역사적·사회적 의의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3·1운동이라는 거대한 서사 뒤에 가려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지방에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던 보성사 사무원 인종익, 독립선언서와 조선독립신문을 민가에 배포하고 만세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열아홉 살 나이에 징역형을 선고받은 배재고보 2학년 김동혁 등 3·1운동의 기획자들, 전달자들, 실행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위한 모든 투쟁의 중심에 3·1운동이 자리하며,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 같은 '자발성'이라고 강조한다.
생각정원 펴냄. 336쪽. 1만6천원.
▲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 새라 케슬러 지음.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독립적이고 안정된 삶을 살려면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회사에 취직해야 비로소 어른이 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자식들인 밀레니엄 시대는 평생직장 개념이 부질없는 소리가 돼버린 시대를 살아간다.
독립계약자, 프리랜서, 임시직 등 대안적 근로 형태를 일컫는 '긱 경제(gig economy)'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한국에서도 논란이 된 카카오 '카풀' 서비스나 공유 앱 '우버' 같은 즉시응답 앱의 발달에 힘입어 디지털 플랫폼에서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 그때그때 근로계약을 하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확산한다.
긱 경제는 더는 꼰대 같은 상사도, 불편한 출퇴근도 필요 없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경제활동이다. IT 전문가, 프로그래머, 기자, 크리에이터 등 희소성이 크고 전문성이 높은 기술을 보유한 이들은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며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 하지만 청소원, 운전기사 등 희소성이 작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실업과 번아웃에 시달리곤 한다.
이 책은 이들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좇아가며 긱 경제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조망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맞닥뜨린 중대한 시대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더퀘스트 펴냄. 김고명 옮김. 352쪽. 1만6천500원.
▲ 내 인생, 방치하지 않습니다 = 사라 윌슨 지음.
저자는 미국의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 책은 세계적 여성지 '코스모폴리탄'에서 인정받으며 아마존 종합 베스트 1위에 올랐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평생 불안장애 속에 살아왔다. 소아불안장애와 불면증을 시작으로 강박장애, 우울증, 경조증, 폭식증, 양극성 장애에 시달렸다. 마흔이 넘도록 완치되지 못한 가운데 의사의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다.
장장 20년에 걸친 심리보고서인 이 책은 여덟 가지 불안장애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열정과 에너지로 하루하루를 뜨겁게 살아가는 저자의 삶과 그 비결을 다뤘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좌절의 순간을 고백하며 비슷한 상황에 있을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나무의철학 펴냄. 엄자현 옮김. 304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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