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 울산법원장 퇴임…"불구속 재판 원칙 지켜야"

입력 2019-02-13 16:21
최인석 울산법원장 퇴임…"불구속 재판 원칙 지켜야"

"법관은 콜로세움 관중 함성 아닌 헌법으로 길 정해야"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최인석(62·사법연수원 16기) 제19대 울산지방법원장이 32년 법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울산지법은 13일 법원 대강당에서 최 법원장 퇴임식을 열었다.

최 법원장은 퇴임사에서 "32년간 판사를 하면서 자랑할 것이 있다면 한 해도 쉬지 않고 재판을 했다는 것"이라면서 "10년 전이라면 '못난 판사'라고 비웃음을 받았겠지만, 세월이 바뀌어 군인으로 치면 야전에서만 산 것을 높이 평가하는 모양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 법원장은 지난해 사법 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무분별한 영장 청구 행태를 비판하는 등 사법부 안팎에서 벌어진 논란에 목소리를 내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퇴임사에서도 각종 사건으로 최근 유력 인사들이 구속된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후배 법관들에게 불구속 재판 원칙을 강조했다.

최 법원장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와 무죄 추정 원칙에 충실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불구속 재판 원칙을 지켜달라"면서 "우리 사회가 양쪽으로 갈라져서 싸우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불구속 재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구속된 정치인이나 사법 농단 의혹 관련자, 전직 대통령 등을 거론하며 "이들을 상대로 불구속 재판 원칙을 지켰다면 첨예한 대립을 할 필요는 없지 않았겠냐"고 반문하면서 "판사는 헌법을 보고 나아갈 길을 정해야지 콜로세움에 모인 관중의 함성을 듣고 길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법원장은 "어쩌다 시험 하나를 잘 치러서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30년을 우려먹었고, 능력이나 인품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면서 "제가 괜찮은 모습을 보인 것이 있다면 모두 선배·동료·후배에게서 보고 배운 덕분이며, 여러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법원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최 법원장은 퇴임 후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할 예정이다.

사법고시(26회)에 합격해 마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창원지법 거창지원장, 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장, 제주지방법원장 등을 지내고 지난해 2월 13일 울산지방법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울산과 제주에서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이례적으로 민사 소액사건 등을 배당받아 재판을 맡았다.

특히 당사자 간 감정 대립이 심하거나 쟁점이 많아 복잡한 '고분쟁성 사건'을 맡으면서 오랜 법관 경험을 살렸고, 동시에 일선 판사들이 이들 사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다른 사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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