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적대' 트럼프 지지자, 행사장서 BBC 카메라맨 공격 논란
백악관 사진기자단 등 재발방지책 요구…英 외무 "절대 용납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국경장벽 관련 집회를 취재하던 영국 BBC 방송 카메라맨을 공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열린 국경장벽 관련 집회에서 한 남성이 취재구역에 있던 BBC 소속 카메라맨 론 스키언스를 밀치고 잡아당겼다.
BBC가 공개한 영상에는 트럼프 지지자임을 상징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의 빨간 모자를 쓴 남성은 다른 지지자가 말리는 상황에서도 연신 언론에 대해 저주를 퍼부었다.
BBC 워싱턴지국 에디터인 엘러너 몬태규는 트위터에 "처음 트럼프 행사에 갔는데 동료 카메라맨이 공격을 받았다. 그날 트럼프를 비롯한 연사들 때문에 관중들은 밤새 언론에 격분했다"고 썼다.
이날도 트럼프가 언론을 향해 적대감을 드러냈고, 이것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자극한 셈이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종종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겨냥해 '가짜 뉴스 미디어' 또는 '국민의 적'이라고 공격해왔다.
이날 연단에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봉변을 당한 카메라맨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괜찮은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아름다운 밤이었다"라는 글을 남겼지만, 카메라맨이 공격당한 상황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지지자의 돌발 행동에 대해 백악관 담당 사진기자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협회는 트럼프 지지자의 카메라맨 공격을 규탄하고, 백악관과 당국이 대통령 행사를 취재하는 기자 보호를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트럼프가 종종 기자들을 겨냥해 내뱉는 거짓 또는 경멸적인 표현이 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며 대통령 측에 자제를 요청했다.
BBC도 새라 샌더스 대변인에게 서한을 보내 취재진 안전보장 방안 재검토를 요구했다.
영국 정부도 자국 언론인이 공격받은 상황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기자와 카메라맨이 그들의 일 때문에 공격받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일을 매우 걱정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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