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車관세안에 거센 반발…"실업 유발·對중국협상 방해"

입력 2019-02-13 16:01
美 車관세안에 거센 반발…"실업 유발·對중국협상 방해"

딜러·제조업체들 로비…美정부 내에도 지지자는 극소수

투자은행들 "EU에 부과될 듯" vs "원만한 해결" 엇갈린 전망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계획을 두고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통상관계에 또 한 번 충격을 가할 이 계획이 실제로 집행될지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가장 반발이 심한 이들은 수입 자동차 딜러들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다.

딜러들은 고율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자동차 가격이 올라 매출이 줄고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연구소인 오토모티브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에 수입되는 전체 자동차에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딜러들의 매출 66억5천만 달러(약 7조5천억원)가 감소하고 11만7천5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됐다.

펜실베이니아주 그린버그에서 한국, 일본, 독일, 미국산 자동차를 거래하는 딜러인 짐 스메일은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으나 최근 지지를 철회했다.

스메일은 "관세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대통령 주변이 있는 보좌관들이 어쩌면 그렇게 (관세의 악영향에 대한) 정보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벌써 수개월째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관세의 악영향과 보복받을 우려를 설명하며 로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자동차 관세를 지지하는 시각이 매우 드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백악관 회의에서 이견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자동차 관세가 중국과의 통상관계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산업·통상 정책의 구조적 개선을 요구하며 글로벌 경제 패권이 걸린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일부 매체에서는 미국 고위관리들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데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에 대한 자동차 관세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작년 5월부터 자동차, 자동차 부품의 수입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결론을 담은 보고서는 오는 17일까지 백악관에 제출된다.

수입 자동차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고율 관세 부과를 명령할 수 있다.

자동차 고율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지를 둘러싸고 관측은 엇갈리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EU에서 수입되는 완성차에만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무역협상을 볼 때 요구는 거대했으나 양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며 자동차 분쟁도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다.

이 은행은 관세 때문에 세탁기 가격이 17% 뛰어오른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소비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며 제품 자체의 중요성과 광고 때문에 자동차만큼 가격 변화가 눈에 띄는 품목도 없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판매업체 오리스먼 오토모티브 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인 밥 헤이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자동차 관세가 협상 전략의 일부일 뿐이기를 모두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자동차 고율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멕시코,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대체하는 새 무역협정을 유리하게 마무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일본과 EU를 상대로 한 무역협상에서도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가능성을 살려둔 상태에서 다른 항목들에 대한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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