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에도 보낼 학교가 없어요"…장애아동 부모들 울상
학급 구성·의료행위 어려움 등 이유로 입학 가로막혀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새 학기가 와도 여전히 아이를 보낼 학교가 없어요. 집 안에 갇힌 삶을 강요받고 있네요."
2019학년도 학기 시작을 앞두고 있지만, 강원 춘천지역의 많은 중증 장애아동들이 마땅히 가야 할 학교나 보육시설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취학 전 연령의 아동들을 위한 교육·보육시설이 극히 적어 이들의 학습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뇌병변 1급 아동을 키우는 주부 A씨는 최근 장애전담 어린이집으로부터 원아의 입학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 아동은 안전을 이유로 다른 어린이들과 분리해 반을 구성해야 하는데, 뇌병변 아동의 수가 한 학급을 구성하기에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춘천의 한 특수학교 내 유치원에 자녀를 보냈다가 금방 다시 나왔어야 하는 경험이 있었던 까닭이다.
A씨의 자녀는 호흡기에 강직이 있어 흡인기(석션)로 자주 가래를 뽑아주지 않으면 숨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를 의료적 행위로 판단해 교사에게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결국 부모가 학교에 상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A씨는 자녀를 더 이상 유치원에 보낼 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놓인 아동들이 춘천지역에 다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부분 학교나 보육시설에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보육·교육시설의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재 중증 뇌병변·지체 장애를 가진 미취학 아동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은 춘천에 두 곳밖에 없다.
유치원 1학급, 어린이집 3학급으로 총 4학급이지만 발달장애 아동들이 대부분으로, 중증 지체·뇌병변 아동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낮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장애아동 주간보호센터는 춘천지역에 한 곳도 없다.
또 아동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석션, 기침 유발기, 수동식 인공호흡기(앰부) 등의 운용도 의료행위로 간주해 시설 내에서 지원하지 않는 것도 어려움으로 꼽힌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과 특수교육지원센터는 의료행위가 필요한 중증 장애아동에 대한 정확한 통계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박정숙 강원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강원지역의 특수교육 인프라가 전국 수준과 비교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학교나 보육시설로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집 안에 머물거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장애아동에 대한 의료행위 지원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순회교사 활용과 방과 후 치료지원 등을 통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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