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직관료들 "미중 긴장 40년만에 최악…동맹에 투자해야"
"트럼프 대중정책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비판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잘못된 길'이라고 비판하면서 동아시아 동맹국들에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직 관리들을 포함한 미국의 중국 전문가 17명은 비영리재단 아시아소사이어티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21세기중국센터가 펴낸 '궤도수정'(Course Correct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중국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수전 셔크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 샬린 바셰프스키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윈스턴 로드 전 주중대사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미중 양국의 경제와 군사 역량이 우열을 가리기 어렵게 된 가운데 현재의 긴장 시국은 40년 만에 최악"이라면서 "공공연한 충돌의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가장 뛰어난 장점 두 가지를 과소평가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악화시켰다"며 "그것은 바로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의지하는 다국적 국제기구"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의 대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맹과 국제기구를 약화시켰다고 꼬집은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불참 결정이다. TPP가 더 엄격한 무역 규범을 따르라고 중국을 압박하는 합의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보고서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강화해 이를 위반하는 중국에 벌을 줄 수 있도록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안보 관점에서는 미국이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동맹국들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고 전직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에 방위비 추가 부담을 압박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지적으로 보인다.
또 현재진행형인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매특허'인 관세보다 국제 규범에 위배되는 중국의 산업정책을 바꾸도록 하는 쪽으로 초점을 이동할 것을 권유했다. 국가 보조금이나 강제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도둑질, 사이버 스파이,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등의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다.
보고서를 감수한 셔크 교수는 "저자들은 국제 표준에 따르지 않는 중국의 정책을 비판하고 중국에 엄하게 대하는 것이 좋다고 동의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그들을 세게 때리면서 밀쳐내기를 위한 밀쳐내기를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셔크 교수와 오빌 셸 아시아소사이어티 미·중 관계센터 소장은 지난 11일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과 국무부의 정책입안자들을 만나 보고서 내용을 브리핑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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