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미등록 체류자 단속 과정서 미얀마인 사망…국가 책임"

입력 2019-02-13 12:00
수정 2019-02-13 13:37
인권위 "미등록 체류자 단속 과정서 미얀마인 사망…국가 책임"

"당시 단속반원들 적법절차 위반·안전 조치 미준수" 지적

인권위, 법무부 장관에게 재발 방치 대책 마련 권고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법무부의 미등록 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미얀마 출신 노동자 딴저테이 씨의 사망사고에 대해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이는 인권위의 직권조사에 따른 결정으로, 인권위는 당시 단속반원들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적절한 안전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사고 책임이 있는 관계자 징계, 인명사고 위험 예상 시 단속 중지, 단속 과정 의무 녹화, 직원 직무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이사장에게는 단속 피해자와 유가족의 권리 구제를 위한 법률 구조를 요청했다.

2013년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 땅을 밟은 딴저테이 씨는 지난해 3월 체류 기간이 끝났음에도 귀국하지 않아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 됐다.

딴저테이 씨는 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던 중 같은 해 8월 22일 법무부의 건설현장 불법 취업 외국인 단속을 피하려다가 7.5m 공사장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8일간 뇌사 상태로 지내다가 9월 8일 사망했고 이후 아버지의 결정으로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법무부와 당시 단속에 나선 출입국·외국인청은 인권위 조사에서 "피해자가 적법한 공무집행에 응하지 않고 도주한 것이 추락의 원인이며 이는 단속반원들이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라고 주장했다.

당시 단속반장이 현장 식당 관계자에게 단속을 고지했고, 도주하는 일부 외국인들에게 수갑을 채운 사실은 있지만, 신원확인에 응하는 외국인에게는 강압하지 않았다는 게 법무부 측의 설명이다.



특히 딴저테이 씨는 단속반원의 제지를 뚫고 달아났고, 이 과정에서 몸의 중심이 흐트러질 정도의 신체 접촉 또한 없었으며 추락 이후 119 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당시 단속반원들은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의 증언은 엇갈린다.

정상적으로 외국인 등록을 한 중국인 노동자 A씨는 인권위 참고인 조사에서 "단속반원들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모든 사람을 일단 제압했다"며 "단속 현장에 있던 한국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제압당했다"고 말했다.

60대 한국인 노동자 B씨는 "덩치가 큰 사람이 와서 손목을 잡고 세게 비틀더니 동료에게 (내게) 수갑을 채우라고 했다"며 "몸집이 커서 반항할 생각도 못 하다가 '왜 이러십니까'라고 묻자 한국인인 것을 알고 손을 풀어줬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신원확인 같은 최소한의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일단 체포하는 등 단속반원들이 강제력을 과도하게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인권위는 또한, 딴저테이 씨의 추락 과정에 대해서도 "피해자와 단속반원 간 신체적 접촉이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더라도 단속반원들이 사건 현장의 구조, 제보 내용을 통해 사고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단속반원들은 구체적인 안전 확보 방안을 강구하도록 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속반원들은 단속 업무 시 안전 계획과 조치를 강구할 의무를 게을리 한 책임이 있다"며 "사고 이후 119에 신고한 것 이외는 아무런 구조행위를 하지 않은 채 계속 단속을 진행한 것도 공무원으로서 인도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매우 부적절한 대처"라고 지적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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