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총재 "브렉시트,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첫 시험대"(종합)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지속하면 경제 팽창 저해…중국, 완충 역할 못 할 것"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가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에 대한 첫 시험대가 될 수 있으며, '노 딜' 브렉시트 시 영국 경제가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 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협상 시한(3월 29일)을 넘겨 EU를 탈퇴하는 것을 말한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카니 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 주최 행사에 참석해 브렉시트의 영국 및 글로벌 경제 영향에 관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카니 총재는 "브렉시트까지 45일이 남았다. '노 딜' 브렉시트로 별도 전환(이행) 기간이 없을 경우 영국 경제는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카니 총재는 "다양한 측면에서 브렉시트는 새로운 글로벌 질서에 대한 첫 테스트"라며 "또한 브렉시트는 개방 경제의 혜택을 넓히는 동시에 민주적인 책임을 강화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을지를 증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성공적인 브렉시트 합의가 이뤄지면 특정 국가와 국제사회 간 이해의 균형에 기반을 둔 새로운 통상 관행이 생길 수 있지만, 합의가 무산되면 단기적으로는 영국인의 경제생활 수준이 낮아지고, 장기적으로는 통화가치 조정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파운드화 평가절하가 '노 딜'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지를 묻자 "이는 필요한 조정 메커니즘의 일환이겠지만 번영을 위한 단계는 아니다"면서 "(통화가치 하락은) 소득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재는 영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0.2%(전 분기 대비) 성장하는 데 그쳤다는 통계청(ONS) 발표와 관련해 영란은행의 전망과 일치하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명확성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분쟁에 관해 "좋은 것이며 이기기 쉽다"고 발언한 것을 빗대 카니 총재는 "무역분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아울러 중국의 부채 증가는 글로벌 경제 전망과 관련해 점증하는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니 총재는 중국이 글로벌 경기 둔화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묻자 "이번에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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