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2차 핵담판도 '시간과 싸움'…영변핵폐기 '+α' 가능할까

입력 2019-02-12 16:04
北美 2차 핵담판도 '시간과 싸움'…영변핵폐기 '+α' 가능할까

비건 "2주밖에 남지않아 난제 모두 해결 어려워"…제재문제 등 이견 인정

영변핵폐기 '기본목표'…핵신고·핵폐기 시한 적시 가능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과 미국의 2차 정상회담이 12일로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이 합의문에 '비핵화-상응조치'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방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6∼8일 평양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을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한 뒤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다음 주 아시아 제3국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만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가 협상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는 평양에서 확인한 서로의 입장에 대한 양국 최고지도자의 결단을 바탕으로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조합하는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문제는 오는 27∼28일 열리는 2차 핵 담판(북미정상회담)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12일 열린 1차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미 정상 간 첫 만남이라는 역사적 의미와는 별개로 일정부터 잡아놓고 회담 의제를 조율하다 보니 시간에 쫓겨 합의문에 원론적인 내용밖에 담을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번에도 정상회담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북미는 '비핵화-상응조치'에 대해 아직 본격적인 협상에도 들어가지 않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비건 대표도 이날 문희상 의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아서 난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해 의제에 대한 협의에 시간이 많지 않음을 시사했다. '난제'란 북한이 요구하나 미국이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는 대북 제재 해제 문제와, 미국이 요구하나 북한이 '현단계에선 못한다'며 버티는 전면적 핵신고와 고강도 검증, 핵무기와 핵물질의 폐기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한미는 북한 비핵화를 '영변 핵시설 폐기→핵무기 및 영변외 시설 등에 대한 포괄적 핵신고→완전한 핵폐기' 순서로 진행한다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포괄적 합의 뒤 이행은 동시적·병행적으로 한다는 게 한미의 공통된 입장으로, '완전한 핵폐기'의 목표 시한은 정해놓되 단계마다 구체적인 조치를 정해서 이행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한미가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기대하는 최대치는 보유중인 핵무기와 핵물질의 처리를 포함한 '완전한 핵폐기' 시한을 정하고 첫 단계인 '영변 핵시설 폐기'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담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최종단계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의 구체적인 내용, 완전한 비핵화의 시한 등을 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차선책으로 1단계인 영변 핵시설 폐기의 구체적인 이행조치와 함께 2단계인 '포괄적 핵신고'의 시한을 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핵무기 등을 포함한 포괄적 핵신고를 하라는데 대해서는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어 이 또한 합의문에 '의지'가 담길 수는 있지만 '시한'이 적시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미 간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물질과 핵무기, 운반수단 리스트를 신고하라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공격목표를 제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작년 국정감사때 소개한 바 있다.

한편에선 이번에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해당하는 영변 핵시설 폐기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핵 개발의 상징이자 핵심으로, 핵물질 생산을 위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원자로, 고농축우라늄(HEU) 시설 등이 밀집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확한 신고와 폐기·검증이 이뤄진다면 이 또한 작지 않은 성과다.

작년 9월 남북정상의 '평양 공동선언'에 명시된 김 위원장의 공언(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을 바탕으로 한미가 설정한 '기본 목표'인 셈이지만, 이 또한 합의문에 담길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대북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은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 등의 조치는 취할 수 있지만 제재 완화에는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12일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미 모두 논의를 진전시키자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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