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불린 250명의 이름들…단원고 '눈물의 명예졸업식'

입력 2019-02-12 12:14
수정 2019-02-12 19:29
5년만에 불린 250명의 이름들…단원고 '눈물의 명예졸업식'

아들 교복차림 참석 엄마도…교장 "학생들 잊지않고 기억하겠다"

눈물 훔친 유은혜 부총리 "해결할 일 많은거 알고 있어"

(안산=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2학년 1반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4·16세월호 참사로 희생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명예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전 단원고 강당 단원관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강당에는 희생 학생들의 이름이 붙여진 파란 의자가 반별로 세워져 있었고, 그 자리를 희생 학생들의 부모가 채웠다.





사고 당시 2학년이었던 희생 학생들을 기리는 묵념이 끝나자 양동영 단원고 교장은 "학생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학생들의 이름을 1반부터 차례로 호명했다.

강당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위로는 학생들이 떠나던 날 학교 주변에 흩날리던 벚꽃과 함께 희생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이 나타났다.

5년 전 하늘로 떠나보낸 귀한 아들, 딸들의 이름이 불리자 강당엔 어느새 부모들의 흐느낌이 번져 나갔다.

7반 '찬호아빠'이자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인 전명선 씨는 회고사에 나서 "세월호 참사 없었더라면 대학 졸업반이 되었을 아들딸이었다. 학생복 입고 친구들과 함께 자리했어야 할 졸업식장에 엄마, 아빠들이 공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희생 학생들의 후배였던 10회 졸업생 이희운 씨는 준비해 온 '졸업생의 편지'를 낭독하는 내내 울먹였다.

이 씨는 "(학교에서 후배들에게) 미소지으며 다가와 준 선배들에게 감사했다. 감사했다고 보고싶었다고 묵혀둔 감정을 이제야 꺼낸다"며 "그리운 마음은 해가 지날수록 커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다"라고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단원고 재학생들은 '눈물기도' 등 합창으로 선배들을 기렸다.

눈물을 훔치며 명예 졸업식을 지켜보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부모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지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유 부총리는 "부모님들 뵙고 인사드리겠다 생각하고 왔는데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많은 일 남은 거 알고 있다. 부총리로서,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졸업식이 끝나자 유족들은 노란 보자기에 싸인 졸업장과 졸업앨범, 학교가 준비한 꽃다발을 나눠 들고 강당을 나서 운동장 옆 세월호 참사 추모조형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족들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강당 앞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서로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했다.

7반 신호성 군의 교복을 입고 졸업식에 참석한 정구자 씨는 "아들의 냄새를 잊지 못해 지금까지 교복을 한번도 빨지 못했다"라며 "아들이 졸업장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며 이 교복을 입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탑승자 304명이 희생한 비극적인 사건이다.

당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배에 올라탄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중 250명이 희생했다.

대부분 학생의 시신은 발견됐지만 2학년 6반 남현철 군과 박영인 군, 교사 양승진 씨 등 단원고 학생과 교사 3명의 시신은 끝내 수습하지 못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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