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伊부총리들, 산레모 가요제서 이집트계 우승에 '발끈'
살비니 "대중 90%는 당혹감"…디 마이오 "우승자 선정 제도 바꿔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산레모 가요제에서 이집트계 가수가 우승을 차지하자 극우 포퓰리스트 연립 정부 핵심 인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가수 알레산드로 마무드가 올해 산레모 가요제에서 심사위원단의 지지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했다.
산레모 가요제에선 음악전문가와 기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투표(60%)와 일반 대중들의 투표(40%) 결과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린다.
일반 대중 투표에선 '울티모'라는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한 니콜로 모리코니가 1위를 차지했으나 점수 비중이 큰 심사위원단이 마무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승부가 갈렸다.
밀라노 태생인 마무드는 이탈리아인 모친과 이집트인 부친을 둔 혼혈이다. 그가 이번 가요제에서 열창한 노래는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솔디'(돈)라는 곡으로, 노랫말 중에는 아랍어도 포함돼있다.
그런데 가요제 우승자 선정을 둘러싸고 난데없이 정치권에서 '비판적인 논평'이 나오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논란을 촉발한 장본인은 반(反)난민·이민을 공공연히 주창하는 극우 성향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내무장관)와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노동산업부 장관)다.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살비니 부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마무드의 노래가 가장 아름다운 이탈리아 가요라고?"라고 의문을 표시하며 "나라면 울티모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대회 우승자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놓고 판단해보건대 90%는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부연했다.
'동맹'과 연정을 구성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디 마이오 부총리도 페이스북을 통해 일반 대중과 '엘리트' 사이에 골 깊은 간극이 있다면서 거들었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마무드의 우승은 기자들과 좌익 성향 사람들로 짜인 소수의 심사위원 바람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내년부턴 시청자 투표로만 우승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가요제를 중계한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의 마르첼로 포아 사장도 대중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투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작년 9월 동맹과 오성운동이 과반을 차지하는 의회에서 사장으로 선출된 그는 과거 공공연하게 반이민 의견을 표출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올해 산레모 가요제에선 일부 가수의 정치적 또는 남녀 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으나 이처럼 정치권 고위 인사가 대놓고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대회 우승자인 마무드는 자신은 100% 이탈리아 사람이며 노래를 통해 정치적 주장을 표출하기보다는 단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북부 지중해 연안의 관광도시 산레모에서 개최되는 산레모 가요제는 1951년 첫 대회 이래 6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수 가요제로 손꼽힌다. 올해도 5일간 1천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들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가요제 우승자는 유럽 최대의 음악 경연 대회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이탈리아 대표로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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