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국의 수괴를 도륙하겠다"…이봉창 선서문 문화재 된다

입력 2019-02-12 09:37
"적국의 수괴를 도륙하겠다"…이봉창 선서문 문화재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봉창 의거 관련 기록물 등록 예고

인제성당·성모수녀회 춘천수련소는 문화재 등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나는 적성(赤誠)으로써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하야 한인애국단의 일원이 되야 적국의 수괴를 도륙하기로 맹서하나이다."

이봉창(1901∼1932)은 일본과 만주 등을 떠돌다 중국 상하이에서 백범 김구를 만난 뒤 1931년 12월 13일 안중근의 동생인 안공근 집에서 선서식을 하고 선서문에 서명했다.

며칠 뒤 중국을 떠나 일본에 들어간 그는 이듬해 1월 8일 도쿄에서 관병식을 마치고 돌아가던 일왕 히로히토에게 수류탄을 던졌으나, 거사는 실패로 끝났다.

문화재청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이봉창 의거 관련 기록물인 '이봉창 의사 선서문'을 비롯해 '이봉창 의사 친필 편지와 봉투', '이봉창 의사 의거자금 송금증서'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12일 밝혔다.

국한문 혼용체로 작성한 이봉창 의사 선서문은 섬유 재질이며, 가로 20.1㎝·세로 32.3㎝다. 본문과 인명·날짜는 먹색이 달라 시차를 두고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인명과 날짜는 이봉창이 남겼으나, 본문은 언제 누가 썼는지 알기 어렵다고 본다.

이 선서문은 보물 제568-1호로 지정된 '윤봉길 의사 선서문'과 유사하다. 윤봉길(1908∼1932)은 이봉창 의거 4개월 뒤인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虹口) 공원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이봉창 의사 친필 편지와 봉투는 이봉창이 의거를 위해 일본에 도착한 뒤인 1931년 12월 24일 기노시타 쇼조(木下昌藏)라는 이름으로 중국 상하이에 머물던 김구에게 의거 자금을 부탁하기 위해 보낸 서신 일체다.

이봉창은 수신인 '백정선(白貞善) 선생'에게 의거를 '물품'에 비유하면서 "물품은 확실히 다음 달 중에 팔리니까 아무쪼록 안심하십시오. 또한 물품을 팔게 되면 미리 전보로 알려드릴 테니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반흘림체 일본어로 적었다.

이에 김구가 이봉창에게 송금한 문서가 이봉창 의사 의거자금 송금증서다. 김구는 1931년 12월 28일 요코하마 쇼킨(正金) 은행 상하이 지점을 통해 100엔을 보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봉창 의거는 윤봉길 의거의 기폭제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역사적 사건"이라며 "이봉창 의사 유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희소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서 3건을 하나로 묶어 등록하려고 하나, 예고 기간 이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해서 어떻게 등록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2월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인제성당'과 '구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춘천수련소'는 등록문화재가 됐다.

인제성당은 한국전쟁 때 포격 피해로 상부구조가 파괴됐으나, 잔존한 콘크리트 기초를 활용해 1956년 세웠다. 본당과 사제관이 한 건물에 있는 점이 특징이다.

성모수녀회 춘천수련소는 1959년에 지은 뒤 1962년에 증축하면서 건물 2동이 연결됐다. 강원도 천주교 선교 활동 중심지라는 측면에서 문화재 가치를 인정받았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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