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유대단체 비난한 美무슬림 초선 의원, 하루 만에 급사과
호기롭게 비난 트윗 날렸다 펠로시 등 민주 지도부의 사과 채근 수용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민주당 무슬림 초선의원이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유대인 단체를 비난했다가 하루 만에 사과했다.
민주당 초선인 일한 오마르(39) 하원의원(미네소타)은 11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나의 유권자나 유대계 미국인을 통째로 모욕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었다"면서 "분명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반유대주의는 실재하고, 나는 반유대주의적 표현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가르쳐준 유대인 동료들에게 감사한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나를 공격할 때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우리는 늘 한 걸음 물러서서 비판을 통해 생각하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나는 AIPAC(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든지 NRA(미국총기협회)든지 화석연료업계든지 우리 정치 내 로비스트들의 문제적 역할을 재확인한다"면서 "(그 문제는) 너무 오래됐고 우리는 이를 다루려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마르 의원은 전날 트윗에서 이스라엘 지지를 위해 의원들에게 누가 돈을 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AIPAC!"이라고 공개 지목했다.
AIPAC이 즉각 부인했으나 파장이 커지자 민주당은 지도부가 직접 나서 오마르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오마르 의원의 반유대주의적 표현과 이스라엘 지지자들에 대한 해로운 의혹제기는 크게 모욕적"이라며 "우리는 이런 (오마르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며 즉각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소속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도 성명에서 오마르 의원의 발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유대 자금에 대해 반유대적 수사를 쓰는 의원의 얘기를 듣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오마르 의원은 버티지 못하고 트윗으로 공개 사과했다. AIPAC이 탄탄한 자금력으로 여야 할 것 없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터라 이제 막 2020년 대선 레이스를 시작하는 민주당으로서도 초선 의원의 '저격 트윗'을 눈감아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마르 의원의 트윗은 공화당에서도 반발을 불러왔고 일부 의원들은 오마르 의원을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마르 의원은 소말리아 난민 출신으로 어린 시절 내전을 피해 케냐에서 4년을 보내고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무슬림 여성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에 입성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