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홀대론' 번진 인천 연료전지발전소 건립 사업

입력 2019-02-12 06:30
'원도심 홀대론' 번진 인천 연료전지발전소 건립 사업

"원도심 철저한 무시" 동구 주민투표 서명·건립 반대 집회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일방적인 사업 추진으로 주민 반발을 불러일으킨 인천 동구 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문제가 '원도심 홀대론'으로 번졌다.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2014년 2월 송도국제도시를 신재생에너지타운으로 조성하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계획에는 연료전지발전소 건립도 포함됐다.

2016년 4월 시는 사업자 공모를 통해 두산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018년까지 39.6㎿ 규모의 발전소를 짓는다고 밝혔다. 시유지인 송도하수처리장 내 유휴 부지를 사업 부지로 빌려준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시 하수과가 시설 증설이 예정된 하수처리장에 발전소를 세울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들 기관은 시설 증설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연료전지발전소를 지을 경우 나중에 철거해야 할 수도 있다며 맞섰다.

사업자인 두산건설, 한국수력원자력, 삼천리, 인천종합에너지주식회사 측이 20년 임차조건을 내세웠지만, 발전소 사업 특성상 특정 기간만 운영될 가능성은 작다고 이들 기관은 판단했다.

당시 송도 주민들도 연료전지발전소에서 소음과 연기를 비롯한 환경 피해 발생을 우려하며 부지를 옮기라고 반발했다.

결국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지 1년가량 만인 2017년 상반기 '하수처리장 시설 확장 계획이 있으므로 동의해줄 수 없다'는 경제청과 시 하수과 입장에 따라 사업은 무산됐다.

문제는 수면 아래로 사라졌던 연료전지발전소 사업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 동구에서 재추진되며 불거졌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송도에 건립될 예정이던 발전소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동구로 옮겨왔다는데 분노했다.

그 기저에는 인천∼김포 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지하 터널 공사, 배다리 관통 도로 개설, 박문여자고등학교 송도 이전 등 굵직한 현안에서 원도심이 계속 배제됐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비대위 측은 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성명에서 "동구는 인구가 적고 원도심이라는 이유로 국책사업에서 계속 홀대당했다"며 "구에 배다리 관통 도로가 뚫릴 때도, 아파트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밑으로 제2외곽순환도로를 뚫을 때도 동구 주민 의사는 철저히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 없이 구가 발전소 사무동 건축 허가를 내줬다는 점도 원도심 홀대론에 불을 붙였다.

사업 시행자인 인천연료전지 주식회사는 지난해 11월 동구의회와 인근 아파트 동 대표만을 대상으로 한 사업 설명회를 열었지만, 그 뒤로 추가 설명회는 열리지 않았다고 비대위는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원도심을 살리겠다더니 민원이 빗발칠 것을 우려해 밀실 행정을 거쳐 송도에서 동구로 발전소 부지를 옮겼다"며 "이는 원도심을 무시한 처사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 주민들로 이뤄진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주 안에 발전소 건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청구서를 동구에 제출키로 했다.

구에 등록된 선거인 5만6천412명(지난해 12월 기준) 가운데 8분의 1인 7천52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주민투표를 발의하고, 발의가 구 심의를 통과하면 투표를 시작할 수 있다.

이들 주민은 조만간 사업자인 두산건설과 한국수력원자력을 항의 방문하는 데 이어 다음 달 7일 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2차 총궐기 대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아직도 발전소 건립에 대해 모르고 있는 주민이 훨씬 많은 만큼 서명을 받으면서 사업 내용을 계속 알릴 예정"이라고 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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