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아버지 죽인 장애아들…존속살해 무죄·과실치사 인정
법원 "간접증거만으론 살인 고의 증명 부족"
"병 든 아버지 입안 가래 닦아낼때 주의 소홀"…징역 6월 추가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병든 아버지를 죽이고 시신을 훼손해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적장애 남성이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존속살해 혐의는 벗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사체손괴·사체유기 혐의 외에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 형량이 늘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손지호 부장판사)는 11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42·지적장애 3급)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존속살해 혐의는 무죄, 사체손괴·사체유기 혐의는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1심의 형이 잘못됐다는 검사의 항소, 형이 무겁다는 이 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다만, 2심에서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제기한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을 추가했다.
이 씨는 지난해 2월 9일 경남 진주 시내 자신의 집에서 파킨슨병으로 누워 있던 아버지(81) 입안에 손을 밀어 넣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 됐다.
이 씨는 숨진 아버지 시신을 토막 낸 뒤 시내 쓰레기통, 사천 창선·삼천포 대교 아래 바다, 부산 태종대 앞바다에 버렸다.
그는 아버지 입안에 가득 찬 가래를 닦아내려고 물티슈와 손가락을 입안에 넣었고 목에 걸린 물티슈를 빼내려고 아버지 목을 10초 정도 누른 행위밖에 하지 않았다고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을 했다.
검찰은 이 씨가 다른 가족 없이 9년째 병든 아버지를 혼자 간호하는데 부담을 느껴 고의로 아버지를 살해했다며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존속살해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인 시신은 이미 사라졌고 이 씨 진술 외에 달리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다.
검찰은 이 씨가 아버지가 숨진 후 시신을 훼손할 공구를 사들인 점, 119를 부르거나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은 점, 아버지 사망 3주 전 "아버지 장례비로 쓰겠다"며 정기예금을 해약해 1천400만원을 인출한 점, 아버지 시신을 유기한 후 여행용 가방을 산 사실도 존속살해를 입증할 간접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간접증거만으로는 이 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존속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이유로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2심 재판부는 다만, 거동이 힘든 아버지 입안의 가래를 닦아내려면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과실치사 혐의는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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