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한 점 없는 '극야'를 홀로 뚫고 나가다
극야의 북극 탐험기, 신간 '극야행'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인간은 빛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존재다. 그런데 칠흑 같은 어둠만 넉 달 가까이 이어지고 혹독한 추위와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위험까지 도사리는 곳에서 지내라고 한다면 살 수 있을까.
가쿠하타 유스케는 제 발로 태양이 뜨지 않는 '극야(極夜)'의 북극을 찾아가 이런 공포와 생고생을 사서 한 일본 탐험가다. 그리고 그 체험기를 담은 책 '극야행'(마티)을 펴냈다.
극야행은 지난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야후 재팬 선정 '서점대상' 논픽션 부문 대상과 아사히신문에서 주관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인 '오사라기지로상'을 휩쓸었다.
극지에는 극야가 1년에 석 달 넘게 이어진다. 극한의 추위에 끝없는 어둠이 이어지는 극야의 땅으로 저자는 개 한 마리만 데리고 자진해 들어간다.
2016년 7월 그린란드 북서부 시오라팔루크에서 시작한 극야행은 표고 차 1천m 가파른 메이한 빙하를 올라가 그린란드 빙상과 툰드라 지대를 지나고 북쪽 해안을 따라 걷다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 북극해로 가는 긴 여정이었다.
저자는 제정신으로 견디기 힘든 이 극한의 여정에 왜 몸을 던졌을까. 마흔이 된 그는 일상에 파묻혀 이대로 썩고 싶지 않다는 일념 하나로 무조건 고난의 길로 떠났다.
당연히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인생의 깨달음을 얻으러 떠났으나 숭고하거나 근원적인 질문을 떠올리기에는 생존이 급했다. 목표는 오로지 생환 하나였다.
막판엔 식량도 다 떨어져 유일한 동료인 개를 볼 때마다 어떻게 요리해 먹을지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지옥 같은 곳으로 스스로 찾아간 용기만큼이나 필력도 좋다. 필치가 생생해서 코가 떨어질 듯한 추위와 뼛속까지 사무치는 외로움과 공포를 책을 읽는 사람 역시 직접 경험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저자는 아사히신문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다 탐험가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수수께끼의 협곡'으로 불리는 티베트 야르츠안포 협곡을 두 차례나 단독 탐험한 경험을 '공백의 5마일'이란 책으로 펴내 다수 논픽션 문학상을 받았다.
박승희 옮김. 352쪽. 1만5천500원.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