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朴心·보이콧…대형 변수에 요동치는 한국당 전대
'6인 보이콧' 강행 시 황교안·김진태만 등판…썰렁한 잔칫집 될까
김병준 "2·27 전대 예정대로…결정 양보 못 해"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를 보름 앞두고 '북미회담', '박심(朴心)', '보이콧'이라는 대형 변수를 만나 한국당 당권경쟁 구도가 격랑에 휩싸였다.
당권 주자 8명 가운데 6명이 전대 불참을 선언한 상황이 오는 12일 후보등록일 전까지 바뀌지 않는다면,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만 등판한 채 전대 레이스 자체가 썰렁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박심'도 친박(친박근혜)계 표심에 균열을 일으킬 조짐이다.
당내 일부 강성 친박의원 사이에선 다음달 10일을 전후로 친박 신당을 준비 중이란 말도 나온다. 3월 10일은 2년 전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날이다.
◇ 북미회담도 전대도 '2·27'…한국당 또 찬밥신세 될까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은 한국당 전당대회 흥행에 영향을 미칠 첫번째 변수다.
한국당으로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순풍을 타던 지지율 상승세를 몰아 전대를 기점으로 컨벤션 효과를 한껏 누리려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내에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면 한국당 당대표 선거는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보다 하루 앞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에 가려 한국당이 선거전에서부터 밀렸던 '트라우마'도 이런 걱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가 예상보다 미미할 경우 실제 한국당 전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길어져 국민들이 대북 이슈에 예전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남북관계가 급변할 가능성에 대비해 새 지도부를 빨리 출범시키는 게 정무적으로 나은 판단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8일 비대위의 '전대 연기 불가' 결정에도 이같은 계산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당이 새 지도부를 출범시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효과 면에서도 전당대회를 연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황교안은 친박 아냐' 논란…흔들리는 친박 표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15일 입당 직후부터 단숨에 보수 야권 최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정치신인에 대한 기대감도 기대감이지만 그보다는 친박이라는 정치적 지지층을 등에 업고 있어 가능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근혜 정권의 첫 법무장관, 국무총리, 대통령권한대행이라는 이력은 황 전 총리를 자연스레 친박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방송 인터뷰에서 전한 '옥중 박심' 이후, 당원들의 '박근혜 표심'이 고스란히 황 전 총리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친박 세력이 집단으로 황 전 총리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지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3월 10일을 전후로 친박 신당이 생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유 변호사의 인터뷰를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로 보고, 황 전 총리에게 등을 돌리는 한편 석방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 공간을 미리 만들어 놓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황 전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지난 9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을 도왔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특검의 1차 수사 종료 후 수사 기간 연장을 막아 박 전 대통령에게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황 전 총리는 특히 "지금 얘기하는 그런 문제하고 (비교하면) 훨씬 큰일을 한 것 아닌가"라며 유 변호사의 '박근혜 홀대' 주장을 돌직구로 반박했다.
◇ 당권주자 6인 단체 보이콧…김병준 "전대일정 변경 가능성 없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를 포함한 당권 주자 6명의 단체 전대 보이콧도 2·27 전당대회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오세훈·홍준표·황교안' 등 대선주자급 '빅3'가 당권 경쟁에 뛰어들어 전대 레이스 초기 흥행을 견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대위의 '전대 일정 연기 불가' 방침에 반발한 이들이 오는 12일 후보등록일까지 끝내 전대 불참 방침을 고수한다면 결국 전대는 '황교안·김진태' 두 후보만으로 치러진다.
당 지도부는 8명의 주자를 대상으로 컷오프(예비심사)와 전국 권역별 합동연설회까지 준비한 만큼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그럼에도 전대 일정을 변경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당으로선 이 결정을 양보할 수 없다. 명확하다"라며 "후보들의 편의 문제보다는 공당으로서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게 비대위의 임무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전대 일정을 바꾸지 않는 것을 전제로 당권 주자들과 서로 소통하고 이야기하면서 설득하는 일은 계속돼야 한다"며 전대 날짜를 제외한 TV 토론회 횟수 등 세부적인 룰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만약 당 지도부와 당권 주자들의 전대 룰을 둘러싼 '기 싸움'이 적정선에서 봉합되면 보이콧을 선언한 6인 중 일부는 입장을 선회할 여지도 적지 않다.
한편 오 전 시장은 전날 경북 영덕과 영주의 당협 사무실 방문에 이어 제주도당 청년위 발대식 등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보이콧에 동참한 안상수·주호영 의원도 외부 일정을 최소화 하긴 했지만 당협주민간담회와 의정보고회 등 예정된 일정은 그대로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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