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만 하루만에 해프닝 끝난 '태국공주 총리출마'
탁신계 정당 8일 "우본랏 공주, 총리 후보"…우본랏 "함께 걸어갈 것"
친군부정당 "선거법 위반" 반격…"대단히 부적절" 한밤 국왕 칙령이 결정타
우본랏, 오늘 새벽 "국민께 감사"…소속 정당도 '국왕 반대'에 지명 철회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국왕 누나의 총리 후보 출마라는 태국 초유의 '정치 드라마'는 만 하루 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결국 본편 상영 없이 '예고편'으로만 끝나게 됐다.
태국 정계를 뜨겁게 달군 이번 '해프닝'은 3·24 총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오전 9시께 시작됐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푸어타이당의 '자매정당'인 푸어락사차트당 관계자들이 선관위에 총리 후보를 등록하면서 우본랏 라차깐야(67) 공주의 이름이 등장했다.
태국 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현실 정치에는 참여하지 않아 온 왕실의 오랜 전통을 깬 것으로, 왕실 직계 구성원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입헌군주제 국가와 비교하면 영향력이 지대한 왕실의 공주가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정당의 총리 후보로 나서면서, 군부 정권 수장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재집권 시나리오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그러나 오후부터 기류가 조금씩 변했다. 군부 정권과 가까운 국민개혁당이 반격했다.
이 당은 "우본랏 공주 지명은 정당이 왕가를 선거운동에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선관위에 총리 후보 지명 무효화 결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본랏 공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나는 타이락사차트당의 후보가 되기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가진 평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총리 출마 소식이 알려진 지 13시간여 만인 이날 밤 상황이 급변했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확실하게' 제동을 건 것이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국영 방송을 통해 낭독된 왕실 칙령에서 "우본랏 공주가 왕족 신분을 포기했다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짜끄리 왕조의 일원으로서 신분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본랏 공주는 1972년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왕족 신분을 포기했다.
그러면서 "왕실 가족 구성원을 정치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왕실 전통 및 국가적 규범과 문화에 반하는 것이며,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왕 칙령이 나온지 7시간여 만에 우본랏 공주는 9일 새벽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실상 '승복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어제 태국 국민이 보여준 사랑과 지지에 감사하고 싶다.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우본랏 공주를 '영입'한 타이락사차트당도 몇 시간 뒤 성명을 내고 "국왕과 왕실 일가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국왕의 칙령에 따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왕실 공주의 총리 후보 출마 '파장'이 만 하루 동안의 반전 끝에 '해프닝'으로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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