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더 밝은 빛 되어"…서울 도심서 눈물의 노제·영결식(종합2보)

입력 2019-02-09 19:35
"김용균, 더 밝은 빛 되어"…서울 도심서 눈물의 노제·영결식(종합2보)

모란공원서 하관식…사고 60일 만에 장례 마무리



(서울·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황재하 기자 = "밝은 빛을 만드는 발전 노동자였던 고인은 돌아가셔서도 더 밝은 빛이 되어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를 추모하기 위한 노제와 영결식이 9일 사고 현장과 서울 도심에서 잇달아 열렸다.

고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7시 고인의 일터인 충남 태안화력 9·10호기 앞에서 노제를 지낸 뒤 오전 11시 서울 중구 흥국생명 남대문 남대문지점 앞에서 노제를 열었다.

장례위원장인 최준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김용균 동지에게 많은 빚을 졌다. 동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하며 노제 시작을 알렸다.

최 위원장은 또 "고인의 죽음 이후 대한민국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꿈쩍도 하지 않던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면 개정됐고, 노동 문제에 대한 시민의식이 눈부실 만큼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노제 행렬은 김씨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앞장서고 풍물패와 대형 영정, 꽃상여, 운구차가 뒤를 이었다. 유족과 장례위원들은 운구차 뒤를 따라 행진했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8.6도까지 떨어졌으나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100명과 만장(輓章)을 든 50명 등이 유족과 함께 광화문광장까지 1㎞가량을 도보로 이동했다.

유족과 장례위원회는 광화문광장에 도착해 곧바로 영결식에 들어갔다. 이날 영결식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송경동 시인 등 노동·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2천500명가량(주최 측 추산)이 자리를 지켰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영결식에 참석해 헌화했다. 열악한 방송노동 환경 문제를 제기하다 2016년 세상을 떠난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 씨도 유족의 곁을 지켰고, 세월호 참사와 용산 참사 유족들도 참석했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영결식 자리에 도착한 직후 연신 눈물을 흘리는 등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단상에 올라 "내 아들아, 너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구나"라며 오열했다.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은 조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김용균을 떠나보내지 않겠다. 김용균이 되어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쓰다 버리는 세상을 바꾸지 않는 한 이 죽음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 지회장도 "고인이 된 용균이가 바라던 소망은 이 자리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응원할 1천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인의 시신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됐으며 유골은 민주열사 묘역인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지난해 12월 11일 김씨가 숨진 지 60일 만이다.

하관식에는 유족과 동료 등 5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영면을 지켜봤다.

고인의 어머니 김 씨는 "아들은 죽었지만 우리 가슴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며 "여기서 끝내지 말고 사고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전환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계약직 노동자였던 고인은 2인 1조로 근무하는 원칙과 달리 혼자 근무하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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