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택시 사회적 대화 언제까지?…김현미 "될 때까지 한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출연…"남북철도, 생각 이상의 경제적 이익 줄 것"
"북한개방 대비해 北 도시건설 등 SOC 사업 환경 만드는 것 중요"
'집은 물려받는 것' 청년들 농담에 "좋은 임대주택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 정책목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카풀 서비스와 택시 문제 해법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 철도 연결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경제적인 것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북한의 개방 시 몰려올 다국적 자본과 경쟁하기 위한 철저히 대비를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자정 공개된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6회'에 약 1시간 동안 출연했다.
유 이사장은 먼저 "김 장관이 부동산 문제 등으로 언론에 많이 나왔지만,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몇 가지 심문을 하겠다"면서 정치 이력을 묻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이에 김 장관은 "33년 차 정치인"이라며 "26살에 (정치권에) 와서 당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도 하고 그랬다"며 정치에 입문한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김 장관은 대학 졸업 후 노동운동을 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 재개할 당시 홍보를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는 제안을 받아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였다면서 "1987년부터 2002년까지 15년 동안 당직자 생활을 하고, 공직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이후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 들어 초대 국토부 장관에 임명됐다.
유 이사장은 과거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화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노 전 대통령이 (당시) 김현미 비서관을 대변인 못 시킨 것에 대해 속상해하셨다. 2004년 총선에서 김 장관이 국회의원이 되고 청와대에 당선자들을 초대했을 때 김 장관만 안아주셨다"고 기억했다.
김 장관은 "(그때 찍은) 사진에 유 이사장도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유 이사장은 김 장관의 이력을 들은 뒤 "희귀종"이라면서 "어린 나이에 당에 들어와 15년 당직자 생활을 하고 비례대표 의원이 되고 지역구에 나가서 2번 더 당선됐다"며 "정당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았다면 일반적인 정치인 양성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자신과 비슷한 이력을 가진 정치인으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꼽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이 단련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리곤 "지난 33년간 겪은 정치 경험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일 잘하는 장관으로 소문이 났다'는 유 이사장의 말에 "사무관, 실·국장을 파트너라 생각하며 신뢰를 갖고 일하고 있고, 국회나 타 부처와 협의가 막힐 때 장·차관 말고도 실·국장, 의원도 만나 이야기한다"며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안과 관련해 유 이사장은 택시 문제 해법을 가장 먼저 물었다.
김 장관은 택시 기사들이 카풀 서비스에 반발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기술의 발전 등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있어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이해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들이 모여서 수용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밖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7월부터 국토부가 계속 택시업계와 협의를 진행했고, 지난달 사회적 대화가 시작됐다고 소개하면서 "일단 첫발을 뗐기 때문에 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장관 취임 이후 화물차 표준운임제 도입과 버스업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건설노동자 임금 직불제 등 과제를 모두 노사정 합의로 해결했다고 소개하면서 "정부는 일단 많이 듣고 최대공약수가 모일 때까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이 자신의 경험을 들어 심야 택시 승차거부 사례를 언급하자 김 장관은 "택시 기사들의 마음씨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택시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며 "시스템을 바꿔 줘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거리 콜비 도입 등 생각해놓은 게 굉장히 많은데 지금 말할 수는 없다"며 "아이를 학교에, 어르신을 병원에 태우고 가는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결합한다면 택시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수입도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언제까지 택시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낼 것이냐는 질문에는 "될 때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장관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 경제권 뒤에 동북 3성, 중국, 몽골, 러시아 등 새로운 경제권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지평을 넓히는 과정으로, 굉장히 중요하다"며 최근 폴란드에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김 장관은 "한국에서 폴란드까지 물건을 실어 오려면 배로 40일이 걸리고 최종 운송까지 60일이 걸리는데, 철도가 연결되면 15∼20일이면 도착한다고 한다"며 "그런데 단순히 운송 기간을 40일 줄이고 물류 흐름이 빨라지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는 그 기간 재고량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경제적인 것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진행한 남북 공동 철도조사에 대해서는 "대북제재로 노트북 반입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초보적인 수준의 조사를 했고, 앞으로 교량·터널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세밀하게 다시 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 이사장은 보수 야당이 남북 철도·도로 사업 등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남한이 이를 모두 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도 이런 의견에 공감하면서 남북경협은 일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려야 가능하고, 사업을 우리가 모두 수주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대북제재가 풀리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풀리는 것이다. (북한에) 전 세계 자본이 몰릴 거라고 본다"며 "압록강 넘어 단둥까지 중국 고속철이 와 있다. 중국은 고속철을 평양과 서울까지 잇고 싶어 하는데, 이게 부산까지 가면 일대일로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우리는 800㎞ 구간에 고속철을 깔았지만, 중국은 2만㎞ 깐 경험이 있고, 기술력 수준도 우리보다 훨씬 높다"며 "북한이 개방됐을 때 이 상황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북한의 SOC 진출 수준이 정해질 수 있다. 우리가 다하겠다고 하기보다. 동북아 국가들이 함께 자본을 대고 사업을 하면 사업 안정성과 정치적 안정성까지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도 이에 공감하면서 "같이 돈을 출연하면 아무도 안 부술 것"이라고 호응했다.
김 장관은 "사업이 철도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도로, 주택, 도시건설 등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의 건설표준을 맞춰나가는 등 우리가 북한 땅에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재원과 관련해 김 장관은 "세계은행(WB) 등에서 자본을 같이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했고, 유 이사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대한 계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지금 계약을 얘기할 때는 아니고, 국민들이 잘 알리라 본다. 이미 우리가 저개발국에 투자 개발한 사례 많고, 그런 사례가 북한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김 장관은 차기 총선 출마 의지도 밝혔다.
유 이사장이 정치인으로 목표가 더 있느냐고 묻자 "솔직히 말단 당직자로 시작해 3선 의원에 장관까지 했으니 개인적으로는 넘치도록 과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음에도 국회의원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공주택 보급과 '소셜 믹스'(사회적 혼합)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장관은 유 이사장이 마지막 질문으로 주택 문제 심각성을 지적하며 "청년들이 조크(농담)로 '집은 사는 게 아니고 물려받는 것'이라고 한단다"고 하자 "오스트리아 빈의 공공주택 보급률이 70%가 넘는다. 우리 목표는 집이 없는 분이 수월하게 집을 살 수 있게 만들고, 집 없는 서민, 청년들은 좋은 임대주택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좋은 임대주택을 많이 지을 테니, 따뜻하게 맞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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