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끝나지 않은 정체성 갈등…연찬회서 당노선 난상토론
'합리적 진보'·'개혁보수' 갈등 여전…劉 "개혁보수 성격 선명히 해야"
"이념논쟁 의미 없어" 반박도…박주선·김동철, 평화당 통합 재거론
(양평=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창당 1주년을 맞아 8일 경기도 양평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는 당 정체성과 진로에 관한 내부 갈등이 그대로 표출됐다.
내년 21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의원들은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접점을 찾지 못했다.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는 과정부터 불거진 '합리적 진보'와 '개혁보수'의 화학적 결합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오른 셈이다.
이날 연찬회에는 해외 출장 중인 이혜훈·신용현·이동섭 의원과 사실상 당 활동을 하지 않는 4명의 의원(박선숙·박주현·이상돈·장정숙)을 제외한 22명이 참여해 생사기로에 선 당의 미래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했다.
특히 당의 '공동창업주'로서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와 바른미래당이 가는 길이 초점이랄까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괴로움이 있다"고 말한 유승민 전 공동대표까지 참석해 관심을 키웠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산고의 시간을 겪고 있지만 이번 연찬회는 더 위대한 승리를 가져올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연찬회를 통해 당의 정체설 갈등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비공개 자유토론은 이 같은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지난 6·13 지방선거 패배 후 7개월 만에 당 활동을 재개한 유 전 대표는 첫 토론자로서 "지금이라도 바른미래당이 선명한 개혁보수 정당임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 있을 보수 재건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공동대표의 '개혁보수' 주장에 박주선·김동철·이찬열 등 옛 국민의당 출신 중진의원들은 "이념논쟁은 더는 의미가 없다"고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민생 실용정당'으로 이미 결론이 난 만큼 더 이상의 이념논쟁은 갈등만 키울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유의동·하태경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도 유 대표가 주장한 개혁보수 방향에는 동의하나 당이 이념정당이 아닌 정책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박주선·김동철 등 호남 의원들이 제기한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문제가 이날 다시 거론되면서 토론회는 더 복잡한 양상을 보였다.
두 의원은 평화당의 통합이 당 세력을 키우고, 지지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며 이런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김 의원은 당 대 당 통합을 주장한 반면, 박 의원은 평화당 의원 흡수를 통한 당 확장의 개념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토론 후 1차 브리핑에서 "의원들이 정체된 지지율을 어떻게 올리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지지층을 확보하며,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승리할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놀랄 정도로 생산적 토론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서울대 이근 교수의 경제 강의를 들은 후 오후 7시 30분부터 2차 자유토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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