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중국해 섬 공사에 中 군함·어선 '해상 인해전술'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영유권 분쟁을 빚는 남중국해의 한 섬에서 필리핀이 활주로 보수 공사 등을 하자 중국이 수십 척의 군함과 어선 등을 출동시켜 맞대응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가 관련 보고서와 위성 사진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있는 티투 섬(중국명 중예다오<中業島>, 필리핀명 파가사 섬) 인근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선박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해군과 해경 함정은 물론 수십 척의 어선 등 민간 선박까지 동원된 이 작전은 마치 '해상 인해전술'을 방불케 한다.
이 작전이 절정에 달한 지난해 말에는 중국 해군 호위함, 해경 쾌속정, 어선 등 티투 섬 인근에 전개된 선박의 수가 95척에 달했다.
더구나 이에 맞서 배치된 필리핀해군 호위함과 중국 군함의 거리는 7해리에 불과해 긴장 상황을 연출했다. 1해리는 1.852㎞이다.
중국이 이러한 작전을 전개한 이유는 필리핀이 티투 섬에서 하는 토목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필리핀 정부는 2017년 4월 티투 섬의 활주로와 부두 시설을 보강하는 공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이 200명 이상의 군인과 가족을 상주시킨 티투 섬의 비행장은 애초 길이 1천300m인 비포장 활주로를 갖추고 있었지만, 양쪽 끝이 침식돼 전체 길이가 100m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이 공사를 끝내겠다던 필리핀 정부는 악천후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고 밝혔지만, 보고서는 공사 지연에 중국 함정과 어선의 방해공작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티투 섬은 중국이 스프래틀리 제도에 미사일을 배치한 3개 인공섬 가운데 하나인 수비(필리핀명 자모라, 중국명 저비자오<渚碧礁>) 암초와 불과 12해리 떨어져 있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대규모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어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이 자원 영유권과 어업권 등을 놓고 끊임없이 분쟁을 이어가는 해역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세우고 비행훈련 등을 하며 이 해역을 실질적으로 점유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도 맞대응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중국이 스프래틀리 제도에서 간척공사 등을 통해 확보한 섬의 면적은 3천200에이커에 달하지만, 베트남은 120에이커, 필리핀은 8에이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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