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하워부터 오바마까지…59년 美의회 지킨 딩겔 前의원 별세
미 역사상 최장기 의정활동 기록 보유…보편적 의료제도와 車산업 옹호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의정활동을 한 존 딩겔 전 하원의원(민주)이 7일(현지시간) 92세를 일기로 미시간주 디어본의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아내인 데비 딩겔 현 하원의원이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면 데비 딩겔 의원실은 성명을 내 "미시간 남동부 주민들을 위한 수십 년의 공직 봉사와 번뜩이는 재치, 지구에 사는 모든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바친 평생의 공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대까지 무려 59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하원을 지킨 딩겔 전 의원은 미 의회에서 최장수 재임 기록을 보유한 역사의 산증인이었다.
1955년 9월 부친 존 딩겔 시니어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지역구를 물려받아 29세의 나이로 하원에 처음 입성한 그는 2013년 6월 로버트 버드(민주·웨스트버지니아) 전 상원의원의 최장기 의정활동 기록을 깼다.
그사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스캔들, 베트남 전쟁, 달 착륙 등 역사적인 순간을 모두 의회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딩겔 전 의원의 의정활동 50주년을 기념해 "대통령들은 왔다 가지만, 존 딩겔은 영원히 계속한다"고 말했다.
내리 30선에 성공한 그는 87세였던 2014년 초 더는 연임하지 않겠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아내인 데비가 지역구를 물려받아 현역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191㎝의 큰 체격으로 '빅 존'(Big John)이라는 별명을 가진 딩겔 전 의원은 보편적 보건의료와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옹호자로 유명하다. 그가 살았던 디어본은 한때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였던 포드의 본사이기도 하다.
14년 동안 하원 에너지상업위원장을 지낸 그는 행정부의 예산 낭비와 부정부패의 감시자 역할에도 충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딩겔 전 의원이 주도한 의회 차원의 날카로운 조사 활동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마이클 디버 전 백악관 보좌관의 위증죄 유죄, 하원의 자료 제출을 거부했던 앤 고서치 버포드 전 환경보호청장의 사임을 이끌어냈다. 고서치 버포드 전 청장은 닐 고서치 현 대법관의 모친이다.
의회 입성 전에는 조지타운대를 나와 변호사로 활동했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고향은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지만 아버지의 지역구를 따라 이사한 미시간주에서 성장했다.
미 의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그의 별세 소식에 민주, 공화 양당이 나란히 애도를 표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민주당 소속인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지사는 성명을 내 "오늘 미시간주는 우리의 위대한 리더 중 한 명에게 작별을 고한다"며 "단지 그의 봉직 기간 때문이 아니라 비할 데 없는 의정 성취의 기록 때문에 의회의 지도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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