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카슈끄지 피살 1년전부터 제거 검토
미 정보당국, '가장 상세한 증거' 빈살만 대화록 분석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자국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되기 1년 전인 지난 2017년부터 카슈끄지 살해 의사를 표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당시 고위보좌관과의 대화에서 '만약 카슈끄지가 사우디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고 사우디로 귀국하지 않을 경우 그에게 '총탄'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타임스는 전했다.
타임스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입수한 이 대화가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당하기 훨씬 전부터 살해를 고려해왔음을 보여주는 가장 상세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이 대화가 정보기관들이 카슈끄지 살해 책임 규명을 위한 증거 수집 일환으로 최근 녹취,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가안보국(NSA)을 비롯한 미 정보기관들은 가까운 우방을 포함, 외국 정부 최고위 관리들의 대화를 일상적으로 감청, 녹음해왔으며 현재 빈살만 왕세자의 수년간에 걸친 음성과 대화록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타임스는 전했다.
NSA는 지난 수개월간 빈살만 왕세자의 대화에 관한 정보보고를 다른 정보기관들 및 백악관과 동맹국들에 회람했으며 미 중앙정보국(CIA)은 카슈끄지 피살 수 주 후 1차 평가를 마무리 짓고 빈살만 왕세자가 살해 지시를 내린 것으로 결론지었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관리들이 카슈끄지의 사우디 정부에 대한 비판에 점증하는 경각심을 나타내던' 2017년 9월 최측근 보좌관인 투르키 알다힐과 문제의 대화를 가졌다.
당시 사우디 최고위 관리들은 WP에 사우디 비판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카슈끄지를 사우디로 불러들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당시 대화에서 빈살만 왕세자는 '만약 카슈끄지가 (회유를 통해) 사우디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강제로 귀국시켜야 할 것이며 이 방법들이 모두 통하지 않는다면 '총탄으로' 그를 추적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보분석가들은 그러나 빈살만 왕세자가 당시 총탄 언급을 통해 문자 그대로 '사살'을 의미했다기보다 만약 카슈끄지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그를 살해할 의도가 있음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알다힐과의 대화 전 또 다른 보좌관인 사우드 알-카타니에게 카슈끄지의 영향력이 비대해진 데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카슈끄지의 기사와 트윗이 진보적 개혁가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퇴색시키고 있으며 특히 한때 자신의 개혁을 지지하던 언론인으로부터 비판인 만큼 보다 아프게 느껴졌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당시 알-카타니는 빈살만 왕세자에게 카슈끄지를 상대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위험하며 국제적 비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부정적 의사를 나타냈으나 빈살만 왕세자는 자국인을 다루는데 국제적 반응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알-카타니를 질책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 본국에서 파견된 암살단에 의해 현장에서 살해된 후 시신이 분해 처분됐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피살에 빈살만 왕세자의 개입을 극구 부인해왔으며 평소 빈살만 왕세자를 두둔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의회 등의 강력한 규탄에도 불구하고 사건 규명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빈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막역한 사이이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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