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아파 벨트' 이라크·시리아와 밀착…美제재 돌파구찾기

입력 2019-02-07 22:35
이란, '시아파 벨트' 이라크·시리아와 밀착…美제재 돌파구찾기

이라크와 자국화 결제시스템 합의…시리아와 장기경제협력 약속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이 이웃 국가인 이라크와 시리아와 밀착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종파적으로 이슬람 시아파가 우세해 이미 이란과 우호 관계지만 미국의 시리아 철군과 맞물려 이란의 영향력 확대가 주목된다.

이란은 전쟁을 겪은 두 나라의 전후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존의 정치, 군사, 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적인 관계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 복원으로 경제가 압박받는 상황에서 이란은 이른바 '시아파 벨트'를 '대미 저항 전선'으로 확대해 미국에 맞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이라크 중앙은행은 5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서 양국 기업이 자국화로 무역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이번 합의로 이라크 기업이 이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이라크 디나르화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며 "이란 중앙은행은 이라크에 유로화와 디나르화 계좌를 열어 이를 통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중앙은행은 또 이란 수출기업의 외화 수익을 이라크 은행을 통해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통로를 고안하기로 합의했다.

이 결제시스템을 통해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이라크가 체불한 전력, 발전용 천연가스 수출 대금 20억 달러와 이란 수출기업의 미회수 대금 15억 달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양국이 미국의 제재가 부과되는 달러화 거래를 피해 물물 교환식으로 교역할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기로 한 셈이다.

6∼7일에는 이라크 에너지부의 전력담당 차관이 이란을 방문, 이라크가 부족한 전력 분야에 대한 양국 협력을 논의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달 13일부터 닷새간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바그다드를 시작으로 카르발라, 나자프 등 이라크 남부 시아파 성지와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을 누비며 수출상담회를 열었다.

자리프 장관은 지난달 16일 카르발라에서 이라크 관리들을 만나 "IS를 격퇴한 이라크가 재건을 원한다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협력자는 이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오히려 이란과 이라크의 국경 무역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3∼12월까지 이라크는 이란의 비(非)석유 분야 수출의 21%를 차지해 중국을 제치고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란의 대이라크 수출도 같은 기간 48% 증가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폭락해 이라크에서 이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란은 시리아와도 전통적인 우호를 과시했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6일 테헤란에서 왈리드 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과 만난 뒤 낸 보도자료에서 "이란 기업들이 시리아 재건 사업에 참여해 경제적으로 기꺼이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부통령은 지난달 말 시리아를 방문, 11건의 투자, 주택, 철도, 발전소, 항구 등 경제 분야에서 장기간 전략적으로 협력한다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마드 카미스 시리아 총리는 자한기리 부통령에게 "양국의 양해각서 서명은 전 세계에 두 나라의 협력을 증명하는 일"이라며 "시리아에 투자하고 재건 사업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려는 이란 기업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시리아 정부가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라크는 국민의 60% 정도가 시아파이고,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퇴출당하면서 생긴 권력 공백을 친이란 시아파가 메우는 바람에 이란과 거리가 가까워졌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8년째인 내전에서 이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내전 승리를 눈앞에 뒀다.

다만 이라크는 시리아와 다르게 미국과도 군사,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는 '실리주의 중립 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5일 "이라크는 다른 나라의 전쟁터가 되고 싶지 않다"면서 미국과 이란 모두와 친선 관계를 맺겠다고 선을 그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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