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준은 치매 진행속도에 영향 없어…만학 권장해야"

입력 2019-02-07 16:53
"교육수준은 치매 진행속도에 영향 없어…만학 권장해야"

미국 러시대학병원 연구진 조사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교육 수준이 치매에 의한 뇌세포의 파괴나 인지 능력의 저하 속도를 늦추는데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NBC방송에 따르면 미국 러시 대학병원 신경.행동과학과의 로버트 윌슨 교수팀은 6일(현지시간)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에 일단 치매가 시작되고 나면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사이에는 그 진행 속도에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종래의 수많은 연구를 통해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을지 모른다는 견해가 폭넓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주목된다.

윌슨 교수팀은 미국 전역의 가톨릭 고령 성직자, 시카고 일원의 고령 시민들을 각각 대상으로 삼은 2개의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들 2개의 연구는 모두 2천889명이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큰 것이었다. 또한 매년 인지 능력의 변화를 알아보는 검사에 응하고 사후 해부를 위해 뇌를 기증하는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평균 학력은 16.5년, 평균 나이는 77.8세였으며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8년간에 걸친 추적 조사를 마칠 무렵에는 1천44명이 사망했고 696명이 치매 진단을 받고 있었다. 분석이 시작될 무렵에는 사망자 752명에 대한 뇌 해부 작업도 끝난 상태였다.

윌슨 교수팀은 12년 이하의 학력, 13-16년의 학력, 17년 이상의 학력을 기준으로 이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누고 인지 능력의 변화를 살폈다.

고학력자들은 연구 초기에 실시된 사고와 기억력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인지 능력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고학력이 그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윌슨 교수는 다만 이런 연구 결과가 교육이 소용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교육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웨이트 트레이닝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고 지적하면서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뇌의 특정 부분이 두꺼워지며 신경세포망도 조밀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고학력자들이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추고 노년을 맞이한다는 점도 아울러 상기시켰다.

인지 능력이 저학력자들과 같은 속도로 퇴화한다고 해도 저학력으로 노년을 시작하는 사람들보다는 여러가지 이유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이것이 바로 고학력자에게서 치매 발생률이 낮은 이유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지 능력이 악화할 만큼 오래 산다면 높은 교육 수준이 사고력과 기억력이 감퇴하는 속도를 늦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윌슨 교수는 과거에 받았던 교육이 인지 능력의 쇠퇴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노년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년기에 더 많은 인지 자극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뇌병변을 더욱 잘 견디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는 인지 능력 쇠퇴 속도가 더딘 편이라고 강조했다.

노스웨스턴 대학 인지신경학·알츠하이머 질환 센터의 샌드라 와인트롭 교수는 신체 활동이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지난주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67세의 에어로빅 강습 참가자들에게서 인지 능력은 현저히 개선되고 전두피질도 두꺼워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와인트롭 교수는 이에 대해 "심장에 좋은 것은 무엇이든 뇌에도 좋다"고 말했다.

메이요 클리닉의 프라샨티 베무리 교수는 외국어 학습이 실제로 치매를 늦춘다는 것을 밝혀진 연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늙어서 외국어를 배운다고 해도 맞다"고 강조했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