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한덕 센터장 추모…"응급의료에 헌신한 든든한 버팀목"(종합2보)
이국종 교수, 저서에서 '전국 응급의료체계 관리자'로 소개
의협 "길병원 당직실서도 1일 전공의 숨져…진료시간 제한 시급"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51) 중앙응급의료센터장에 대한 추모가 잇따르고 있다.
7일 대한응급의학회는 성명을 내고 "설날 연휴에 발생한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에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했다.
학회는 "윤 센터장은 중앙응급의료센터장으로서 한결같이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며 "응급의료기관평가, 국가응급진료정보망 구축,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등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선도적인 임무를 수행하던 진정한 리더"라고 회고했다.
학회는 이어 "윤 센터장의 응급의료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 숭고한 뜻을 잇고 받들어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상의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지난 4일 오후 6시께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로 꼽힌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도 지난해 10월 펴낸 저서 '골든아워'에서 윤 센터장을 '황무지에서 숲을 일구겠다'는 선택을 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윤한덕은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기간에 응급실을 '지옥' 그 자체로 기억하고 있었다"며 "그것이 그를 지금 이 자리에 밀어 넣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윤한덕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맡아 전국 응급의료체계를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2009년 가을 외상센터 관련 심포지엄에서 만난 윤 센터장의 모습을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생각 이외에는 어떤 다른 것도 머릿속에 넣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까운 분을 잃었다"며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셨고,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도 현장을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신 (윤 센터장이) 이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영면하시길 바란다"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응급환자가 어느 순간이든 어디에서든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는 윤 교수의 순직을 두고 의사들이 과도한 근무시간에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윤 교수의 죽음을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지적하며 "의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의료체계 근본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달 1일 당직 근무를 마치고 당직실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대해서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의협은 "우리나라 의사의 평균 진료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다"며 "의사 개개인에게 10시간 이상의 진료를 강요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안전 진료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전공의들은 근로자이자 수련을 받는 교육생이라는 이중적 지위 때문에 1주일에 최대 88시간까지 근무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정한 근무환경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입장문을 통해 "의료원 모든 구성원은 일평생 국가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힘써온 윤 센터장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센터장은 묵묵히 자기 본분과 역할을 다해온 대한민국 최고의 응급의료 전문가"라며 "의료원은 고인의 그동안 공적을 기리고자 고인의 장례를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하고 영결식을 거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의 발인 및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9시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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