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 난무하는 인도네시아 대선판…'러시아식 선전전?'

입력 2019-02-07 12:48
흑색선전 난무하는 인도네시아 대선판…'러시아식 선전전?'

주인니 러시아 대사 "타국 내정·선거 개입 안 한다" 반박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야권후보 진영이 외국 컨설턴트까지 고용해 '러시아식 선전전'(Russian propaganda)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2일 동(東)자바 주 수라바야에서 대중연설을 통해 작심한 듯 흑색선전을 비판했다.

그는 "끊임없이 중상과 죄악, 헛소문을 뿌려대는 러시아식 선전전을 준비해 온 선거운동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 사회에 불화가 초래되고 평화가 깨져 사람들이 불안해지는 것을 상관하지 않는다"면서 중상모략과 가짜뉴스로 국민을 교란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명백히 유일한 상대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프라보워 지지자들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퍼뜨리는 거짓 정보 중 일부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그가 언급한 거짓 정보는 조코위 대통령에게 중국계 선조가 있으며, 올해 4월 총·대선을 앞두고 컨테이너 7개 분량의 투표용지가 비밀리에 중국에서 자카르타로 들어왔다는 등의 내용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수십년간 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 최대 규모 금·구리 광맥인 파푸아 그래스버그 광산의 경영권을 돌려받는 등 주권 강화 행보를 해온 자신을 음해하는 이들이야말로 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 스스로가 외국의 꼭두각시이면서 다른 사람을 꼭두각시로 부르지 말라. 그는 외국 컨설턴트까지 고용했다"고 말했다.



프라보워 진영은 "조코위 대통령의 발언은 거짓"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야권 대선 캠프 관계자인 이라완 로노디푸로는 외국 컨설턴트를 고용한 적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마치 그런 일이 있는 양 말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류드밀라 게오르기예브나 보로비에바 주인도네시아 러시아 대사는 3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식 선전전이란 표현은 2016년 미국 대선 선거운동과 관련해 조작된 표현이다. 이 용어는 전혀 진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입장은 가까운 친구이자 주요 파트너인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타국의 내정과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조코위 대통령은 과도한 흑색선전을 비판하기 위해 해당 표현을 썼을 뿐 러시아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측근인 안디 위자잔토는 19세기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이 황제(차르)를 몰아내기 위해 허위정보를 대대적이고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심리전을 펼쳤던 것을 언급한 것이라면서 "이런 수법은 2016년 미국 대선과 2018년 브라질 대선에서도 활용됐다"고 말했다.



현지 시민단체인 인도네시아 음해반대협회(Mafindo)의 아리보워 사스미토 진위검증위원장은 인도네시아는 페이스북 사용자만 1억1천500만명에 달하는 등 세계 4위의 SNS 사용국인 까닭에 다른 국가에서보다 이런 전술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헛소문은 불관용적·보수적 유권자를 포함한 일부 집단의 표를 얻는 데 효과적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진위와 무관하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정보라면 뭐든지 신속히 퍼뜨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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