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로 의사소통"…한양대, 환자 대상 연구서 가능성 확인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생체신호인 뇌파를 이용해 '예', '아니오' 정도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1년 이상 의사소통을 못 했던 환자를 대상으로 이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환자의 생각을 어느 정도 파악해 이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양대 연구진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 기술을 이용한 의사소통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진은 손의 움직임을 상상할 때와 암산을 할 때 사람의 뇌에서 각각 다른 패턴의 뇌파가 발생한다는 데 주목했다. 이를 각각 '예'와 '아니오'에 대응한 시스템을 구상했다. 가령 '예'라고 대답하고 싶으면 왼손의 움직임을 상상하고,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싶으면 505에서 9를 빼는 암산을 하는 식이다. 그러면 말이나 몸짓 없이 뇌파 측정만으로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완전감금증후군(Completely Locked-in Syndrome·CLIS) 환자를 대상으로 새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완전감금증후군은 의식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지만, 신체 근육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증상을 보인다. 이에 외부와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1년 이상 의사소통이 단절돼있던 완전감금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방법은 87.5%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2017년 오스트리아 연구진이 특정 촉각 반응에 반응하는 뇌파를 분석하면 완전감금증후군 환자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바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촉각 자극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도 환자의 뇌파만으로 실시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는 "완전감금증후군 환자와 뇌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함을 실증했다"며 "앞으로 많은 후속 연구가 파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직 개발된 시스템이 모든 완전감금증후군 환자에게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만큼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컴퓨팅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신경공학과 재활학회지'(Journal of Neuroengineering and Rehabilitation)에 실렸다.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