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아리아스 前 코스타리카 대통령 성추문 폭로 잇따라

입력 2019-02-07 05:23
노벨평화상 아리아스 前 코스타리카 대통령 성추문 폭로 잇따라

여성 3명, 성폭행·성추행 주장…아리아스 "양성평등 노력" 의혹 부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78)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중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텔레수르에 따르면 현재 아리아스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은 3명이다.

핵 군축 활동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알렉산드라 아르세 본 에롤드는 전날 현지 일간 세마나리오 우니베르시다드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아리아스 전 대통령이 2014년 12월 1일 수도 산 호세에 있는 자택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아르세는 핵 군축에 대한 아리아스 전 대통령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의 집을 방문한 가운데 아리아스 전 대통령이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세마나리오 우니베르시다드는 아르세가 지난 4일 오후 늦게 검찰에 제출한 성폭행 고소장의 일부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아르세는 "미투 운동에 앞장선 여성들로부터 용기를 얻어 다른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홍보국장 에마 데일리도 전날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아리아스 전 대통령이 재직 시절인 1990년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데일리는 당시 중미 담당 외신 기자로 니카라과 선거 취재를 위해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던 아리아스 전 대통령을 인터뷰하던 도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에 방송 기자로 일했던 노노 안티욘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1986년 대선 때 아리아스 캠프에서 언론 보좌관으로 일하던 중 그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안티욘은 라 나시온에 "성추행을 당한 이후부터는 그(아리아스)의 요청에도 단둘이서만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내 "어떤 여성의 의지를 거슬러 행동한 적이 없으며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양성평등을 제고하기 위해 싸웠다"며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아리아스의 변호인인 글로리아나 바야다레스는 이메일을 통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리아스는 1986∼1990년과 2006∼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코스타리카 대통령을 지냈다.

그는 중미 좌·우파 간의 내전 종식을 중재한 공로로 198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아리아스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자신의 이름을 딴 평화재단을 설립해 평화 증진과 군비 축소 운동을 펼치는 등 현지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 외에 2008년에 체결된 금광 개발 사업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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