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정부, 법무부 부장관의 유대인 비하발언 사과

입력 2019-02-06 02:44
카메룬 정부, 법무부 부장관의 유대인 비하발언 사과

홀로코스트 관련 "유대인 오만했다" 언급에 이스라엘 분노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서아프리카 카메룬의 법무부 부장관이 유대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이스라엘 정부가 반발하자 카메룬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카메룬 공보부는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장드디외 모모 법무부 부장관의 최근 유대인 언급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매우 개탄한다"며 "그것은 개인적 발언으로 정부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고 AFP,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또 카메룬 공보부는 "카메룬과 이스라엘이 훌륭하고 역사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상기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모모 부장관은 지난 3일 국영TV와 인터뷰에서 카메룬의 한 종족인 바밀레케족을 유대인에 비유했다.

모모 부장관은 "독일에서 막강한 경제 권력을 행사하고 매우 부유한 공동체가 있었다"며 유대인을 거론한 뒤 "그들(유대인들)은 매우 오만해 독일 사람들을 좌절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히틀러가 권력을 잡아 그들을 가스실에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룬의 야당 지도자인 모리스 캄토처럼 교육받은 사람들은 그들이 바밀레케족을 어디로 이끄는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캄토가 작년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뒤 선거 결과에 불복한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캄토는 대선에서 야당 '카메룬르네상스운동'(MRC) 후보로 출마해 폴 비야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뒤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고 지난달 28일 경찰에 체포됐다.

캄토와 모모 부장관은 모두 바밀레케족 출신이다.

모모 부장관이 캄토를 비판하면서 유대인을 언급한 대목은 반유대주의자들이 그동안 많이 내세운 주장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고리대금업 등에 집착하다가 미움을 받아 나치에 의해 학살을 당했다는 논리다.

모모 부장관의 인터뷰가 방송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카메룬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지난 4일 "모모 부장관의 발언은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를 암묵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카메룬 정부의 사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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