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3년] 재가동 전망 안갯속…북미협상서 물꼬 트일까
남북 정상 "조건 따라 우선 정상화" 의지에도 제재 벽 높아
美 상응조치 검토 과정서 '정치적 의지' 발휘 주목…南공감대도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폐쇄 3년을 눈앞에 뒀다.
지난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인 11일 북한이 공단 폐쇄와 남측 자산 동결, 남측 인원 추방으로 응수하면서 사실상 '빈손'으로 쫓겨난 입주 기업인들은 3년이 되도록 개성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있다.
◇ 여전히 제재 벽에 가로막힌 재가동…북미협상이 '공간' 만들까
그동안 정부가 바뀌고,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나는 등 가동 중단 당시와는 한반도 정세가 180도 달라졌다.
남북 정상은 지난해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자며 재개 의지를 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하겠다며 최우선 경협 사업으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공단이 문을 닫은 이후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차원이 다르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대량파괴무기(WMD)를 넘어 민생경제 전반을 옥죄는 쪽으로 대북제재 성격이 바뀌면서 재가동의 '벽'이 훨씬 높아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 내 금융기관 활동 등이 금지됐고 공단 생산품목인 섬유·기계류·전자기기가 수출금지 대상으로 지정됐다. 북한으로의 대량현금(벌크캐시) 이전도 강력하게 통제된다.
안보리 제재를 주도한 미국은 독자제재도 전방위로 확장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기업·개인에 대한 제재)이라는 미국의 강력한 무기는 북한과의 금융거래나 북한 노동력 고용 등에 따르는 리스크를 증폭시켰다.
현재의 국제 제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설 점검을 위해 기업인들이 7번째로 신청한 방북도 제재 분위기 속에서 미국과 충분히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지난달 또다시 유보됐다. 이후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말 방미해 미측과 남북협력 사업을 논의했지만,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의 협상이 진전되면 상황 변화의 '단초'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최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제재를 둘러싼 법적 논리보다 공단 재가동에 핵심적인 요인은 결국 제재를 주도해온 미국의 정책적 판단과 정치적 의지라는 분석이 많다.
이달 말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본궤도에 오른 만큼,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교환할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개성공단 사업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정치적으로 북미 간에, 북한의 비핵화라는 틀 안에서 (재개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괄적 제재 면제' 가능할까…"개성공단 효과 南공감대도 필요"
만일 개성공단 재가동의 물꼬가 트인다면, 제재 '해제'보다 이 사안에 대해서만 제재의 포괄적 '면제'를 적용받는 방안이 가능한 경로로 거론된다.
개성공단을 가로막은 제재가 모두 해제됨으로써 재가동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제재 예외를 추진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법무팀장을 지낸 김광길 변호사는 지난달 한반도평화포럼 주최 토론회에서 개성공단이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 완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부각해 사업 전체에 대한 포괄적 제재 면제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는 '결의의 목표와 일치하는'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면 제재 면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김 변호사는 과거 노동자 본인이 아닌 북측 기관(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일괄 지급됐던 임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단 인근에 대형마트를 설치하고 노동자들이 전자카드로 현물을 구매해 가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거론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 미국은 개성공단 문제에 유연하게 접근한다는 조짐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어 단기간에 포괄적 제재 면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가 비핵화 조치의 상응 조치로 고려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의 제재 관련 입장은 아직도 확고하다"면서 현재로선 어려울 것을 시사했다.
다만 미국은 비핵화를 추동할 '동시 병행적' 상응조치로 다양한 정책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데, 개성공단 재개는 미국이 별다른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 사회 내부적으로도 개성공단의 의의와 기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국제사회에 재가동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성공단은 세금·회계 등 시장경제 제도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이해를 높이고 북한 사회의 '시스템화'를 촉진하는 기회이기도 했다고 공단을 경험한 인사들은 평가한다.
김광길 변호사는 "개성공단의 효과를 정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효과 이상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미국을 설득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개성공단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편입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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