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제발전 약속한 트럼프, 2차회담 합의에 '강한 기대감'
"경제대국 만들 기회, 핵무기 가진 채로는 불가능"…비핵화 조치 압박도
주한미군 철수론 일축, 비핵화 회의론·우려 불식 위한 포석인 듯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북한과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북한 경제의 '밝은 미래'를 거듭 약속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경제발전 청사진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2차 정상회담에서는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으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방송된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미 정보당국이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정보국장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가 (비핵화에) 합의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합의 성사 가능성을 낙관하는 이유를 직접 설명하진 않았지만 "그(김정은)도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을 겪는데 지친 것 같다"라고 말해,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따른 북한의 경제난 등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북한 '경제대국론'을 꺼내며 김 위원장 설득에 나섰다. 그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 국가 중 하나가 될 기회를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을 엄청난 경제 대국으로 만들 기회를 가졌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이 경제강국이 될 수 있는 이유로 "북한은 러시아, 중국, 한국 사이에 있다"며 북한의 지리적 입지를 꼽았다. 더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부동산 재벌 출신인 그는 "나는 부동산 사업가"라며 발언에 신뢰성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없이는 경제 부흥의 길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핵무기를 가진 채로는 그렇게 할 수 없고, 지금 있는 길에서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환상적인 케미스트리(궁합)를 갖고 있다",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와 아주 잘 지낸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서신을 주고받았다"는 등의 언급으로 두터운 친분도 과시했다. 두 정상 간 친밀감을 동력 삼아 2차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보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회담은 정해졌다. 김정은과 나는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말해 2차 정상회담에 대해 한껏 기대감을 키웠다. 이는 워싱턴 일각에서 일고 있는 비핵화 회의론과 정상회담 무용론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분명한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국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그는 "그렇다. 다른 얘기는 한 번도 안 했다"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알겠느냐. 하지만 그곳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매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에는 4만 명의 미군이 있다. 그것은 매우 비싸다"라며 주둔 비용 문제를 꺼냈으나, "하지만 나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나는 그것을 없애는 것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즉흥적인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치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카드를 '덥석' 김 위원장에게 안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미국 측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지난달 31일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그것(주한미군 철수)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위해 방한한 비건 대표는 오는 5일 판문점에서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와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두 사람의 줄다리기에서 나오는 성적표가 정상회담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해체를 약속했다며, 상응 조치에 대해 실무협상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 일정 발표가 오는 5일 밤 연방의회에서 열리는 그의 국정연설 또는 그 직전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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