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피해자" vs "권력엔 공격적 보도"…트럼프-NYT 발행인 공방
트럼프-설즈버거 발행인, 인터뷰서 '가짜뉴스' 놓고 신경전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그레그(A.G.) 설즈버거(39) 발행인과 인터뷰에서 가짜뉴스(fake news)와 언론자유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설즈버거 발행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뉴스' 공격이 독재자에게 언론 탄압의 구실을 제공하고 언론에 대한 위협 증가로 이어진다고 몰아세웠고,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은 "매우 중요하며 아름다운 것"이라면서도 자신에게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피해의식을 드러냈다.
인터뷰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85분간 이뤄졌으며 설즈버거 발행인이 NYT 백악관 출입 기자 2명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NYT는 2일자 신문에 인터뷰 전문을 실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망해가는 신문', '가짜뉴스'라고 공격해온 신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언론에 대한 '가짜뉴스' 공격이 독재자 등의 언론탄압 구실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사람들이 점점 더 '가짜뉴스'라고 선언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나는 그것을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이라고 말해 '가짜뉴스' 용어 확산이 자신의 공임을 은근히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언론이 정확하고 공정하게만 기술하면 매우, 매우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뉴스가 정확하게 묘사되지 않을 때 나라를 위해서도 매우 나쁘다. 나는 솔직히 그것의 피해자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진실을 보도하면 좋지 않은 보도도 괘념치 않는다"면서 "그렇지만 진실이 아닌 나쁜 보도는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정하다고 여기는 것은 거의 항상 그가 '아첨'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연계돼 있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언론에 대한 '가짜뉴스' 공격으로 언론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거부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설즈버거 발행인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자리에 있으면 거친 보도는 그것의 한 부분이라며 역대 모든 미국 대통령도 자신을 다루는 언론 보도에 불평을 해왔다고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는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는 나를 매우 잘 다룬다(보도한다)"면서 "NBC는 끔찍하고, NYT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끔찍하게 다룬다"고 말해 설즈버거 발행인 면전에서 NYT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상대가 유쾌하지는 않겠지만 NYT의 책임은 권력 기관과 그 인물들에 대해 강하게, 공격적으로 보도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서도 "공정하게 하겠다는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그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설즈버거 발행인은 지난해 7월에도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한 비공개 만남 이후에도 '가짜뉴스' 등을 둘러싼 장외 공방을 벌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설즈버거와의 비공개 면담에 대해 먼저 트위터를 통해 "미디어가 쏟아내는 방대한 가짜뉴스에 대해, 또 가짜뉴스가 어떻게 '국민의 적'이라는 문구로 바뀌었는지에 대해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에 설즈버거 발행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에게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허위이며 해롭다는 점을 지적했고 대통령이 언론인들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선 더욱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이런 선동적인 언어는 언론인을 향한 위협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폭력으로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점도 경고했다"고 밝혔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1896년부터 120여 년 동안 설즈버거 가문의 가족경영체제로 운영된 뉴욕타임스의 6번째 발행인이다. 1992년부터 25년간 뉴욕타임스를 이끈 부친인 아서 옥스 설즈버거 주니어가 발행인 직에서 물러나면서 지난해 초 30대의 나이에 발행인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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